난 무늬만 철학도다.

부끄럽지만 철학과 출신인 나는, 학창시절에 전공에 대해 큰 애착을 갖지 못했었다. 그저 취업의 한 방편으로 <졸업장>을 따기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학점위주의 전공 선택과 최소학점 이수에 치우친 채,
난 수많은 과외활동 위주의 취업 스펙과 실용적인 지식에만 배고파해왔다. 물론, 취업이 목적이 되고자, 그래왔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공부에 뜻이없는 나로서는 학점&토익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여러가지 활동으로 그 빈공간을 채워나간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가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전공을 묻는 분들이 있을 때면, 난 주저하게 된다. 마땅히 전공과 관련해서, 할 얘기도 많지않거니와 깊게 파고들면 들켜버릴 얕은 전공지식 덕분이다^^

물론,
처음부터 전공을 선택할 때 그런 마음가짐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철학'이란 학문은 대학 4년 내내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고 생각했을 뿐더러, 취업에 급급했던 내겐 부수적인 존재가 분명했다.

그런 내가,
요즘들어, 전공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생겨난다. 당시에 선배들마냥 학회에서 열심히 토론도 하고, 나의 관심분야(도가사상, 정신분석학)에서 심층적인 공부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같은 거 말이다. 아무쪼록 전공에 대한 아쉬움은 여기까지 끊고, 지난 주에 내가 겪었던 일화를 소개코자 한다.

엊그제, 등산을 했을 때였다.
수북히 쌓인 낙엽과 벌거벗은 나무를 바라보며, 인생의 무상함이 떠오르게 되었다. 불과 한,두달 전만해도 무성한 나뭇가지였는데, 이렇게 모든 것을 벗어던질 줄 아는 자연의 위대함에 잠시나마 숙연해졌다고나 할까?

아무쪼록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인데, 나름대로 인생을 회고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는 내내, 스쳐지나갔던 인생과 특히나 내가 철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했었을 당시의 초심이 떠오르기도 했다.

숲 속의 모든 만물도 자신을 분명 되돌아 보겠지..
매년 이렇게 한꺼풀씩 허물을 벗어내는 나무들도, 이맘 때면 자신의 일년을 되돌아보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데, 난 그동안 왜 이렇게 숨가프게 살아왔을까하는 후회가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짜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떠날 텐데, 왜 난 모든 것을 가지려고만 했을까.. 그리고 베푸는 것에 인색한 내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의미있는 산행이 되었던 것 같다.

나무의 일년을 되돌아보며,
그들의 사계(봄,여름,가을,겨울)
가 마치 우리내 인생사(희,노,애,락)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노랫말처럼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라지만, 우린 분명 빈손으로 자연에 기대어 살다가 다시금 자연의 품속으로 돌아가는 게 이치다. 나 또한, 속에 꿈틀대는 이기 속에, 나만의 안녕을 위해 지금껏 달려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실되게 세상을 되돌아 보게 된 순간이었음은 분명했던 것 같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또 다른 태어남을 준비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보잘 것없은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 시간이었다고 자평하는 순간, 왜이렇게 뿌듯하던지^^ 아무쪼록, 당시를 회상하며, 오늘 그 즐거움을 이곳에 남기고 간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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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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