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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저 회사 그만 뒀어요...'

한달 전, 회사 후배 녀석 하나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연락이 왔었다. 일선 현장 조직에서 고군분투하며, 참으로 인정받고, 열정도 넘쳤을 뿐더러 회사에 대한 애정 또한 가득했던 친구였기에, 나보다도 먼저 그만둘 거라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녀석 중, 하나였다.

 

'어디.. 갈 데는 정했고?'

'아뇨.. 짐 진행 중인 곳이 있기는 한데, 일단 나와서 부딪혀 보려구요..'

 

언제부터 였던가..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우린 나가는 사람을 잡을 수도.. 다시 돌아오라는.. 그 흔한 맘에도 없는 격려조차 할 수 없는.. 그저 간다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에야,

워크 아웃이다, 법정관리다 하며 언론지상에서 회사의 존폐위기에 대해 가십거리 양산하듯 똑같은 뉴스를 찍어내 준 덕분에,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긴 했다. 하지만, 난 이미 현재의 위기에 내성이 젖어 들었기 때문에 일련의 상황들에 무감각할까?

 

이제야 정신을 차려 보지만, 이미 준비한 사람들에 비해 늦었다.

내부의 위기 시스템은 이미 2년여전 부터 서서히 감지되었고, 긴축 경영을 지속해 왔을 뿐더러, 허울 좋은 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조직개편으로, 아름아름 주변 동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리를 떠나갔다.

 

나만 아니면 돼..

한때는 나가는 사람을 생각하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따뜻한 위로? 처음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었다. 어쩌면, 집에서도 당당한 척(?)을 해왔고, 모임도 활발히 나가며 일부러 걱정없는 연기를 2년 간 해왔는지 모른다. 되레, 회사 안부를 묻는 지인들에게도 당당하게, '회사는 괜찮으니, 니나 걱정하세요'라는 식으로 타이르던 나였다.

 

이토록 근거없는 자신감 덕에,

내가 괜찮았기에 회사도 그렇다고 믿었고, 그저 주위의 나같은 동료들과 열심히 일을 해왔기에, 위기를 심각하게 감지하지 못한 우를 범한 것일 수도 있다.

 

빨리 다른 회사 알아봐!

최근들어, 이미 자리를 옮긴 선배들이나, 이 업계에 빠삭한 지인들은 삼성조차 내년 스마트폰 사업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마당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며 빠른 이직을 종용하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대놓고,

'니네 회사에서, 나 좀 채용해줘~'라고 대놓고 찔러 넣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내추천을 해 준 사람은 한 명도 없다^^(물론, 나 스스로 준비하는 게 맞기에, 매일 채용 사이트를 들어가 보긴 하지만, 이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인지, 채용 시즌이 아닌지, 관련 직군 공고가 거의 없긴 하다ㅡㅜ)

 

그리하야,

난 아직도 회사는 살아 날 거다, 분명 '파랑새는 있다'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맘편히 본분에 충실한 채, 지내왔다. 물론, 자생은 커녕, 매수 할 회사조차 나타나지 않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할 지경에 왔다지만, 아직 내 스스로가 젊다고 생각하기에 추후에도 출구전략의 기회는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제 이직에 성공한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우리회사 보다도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옮기게 된 그.. 한 달 사이에 달라진 건, 입사 이후, 쇄락해갔던 열정과 패기를 다시 회복한 듯한 모습 뿐이었다.

 

팬택이란 회사는 타제조사에 비해 과도한 업무 강도로 너무 힘들었지만 나에게 많은 기회를 준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비록 일게 대리였지만, 경쟁사에서는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바운더리를 나 혼자 커버해야 했고, 가정에 소홀하면서까지 묵묵히 내 과업을 해냈다.

 

어쩌면,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 직원이었다면, 제도적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포기할 수 없었던 많은 일 조차, 두려움도 없이, 모든 것을 내 제량으로 해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을 수도 있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팀에서 확실히 오너십을 부여해줬으며, 덕분에 스스로 개척하며 해낼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그렇하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이번에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미생에서 완생으로 성장하게끔 해준 회사에 감사하다.

 

미생의 한 장면. ※출처 : 플리커미생의 한 장면. ※출처 : 플리커

후배의 한마디를 통해,

내가 한동안 잊고 있던 내 일에 대한 애착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더 나아가,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은 잠시 내려놓고, 본질적인 내 삶의 동기부여를 되씹어 볼 기회를 준 것 같아, 너무 고마웠다. (사실, 오늘 술값은 그 자식이 이직 기념으로 살려고 했는데, 되레 내가 배운 게 많았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내 카드를 내밀었다ㅡㅜ)

 

그저 떠난다는 게 아쉬웠던 나..

부러웠으면 부러웠지, 이제 그의 이직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고, 그의 선택을 충분히 격려하며 자리를 나섰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와 했던 말들을 되씹어 보고, 우리 회사가 나에게 주었던 기회들을 떠올리고, 그 기회를 통해 성장해 온 내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덕분에, 가슴에 쌓여있던 그동안의 원망은 가라 앉고, 다시금 회사의 좋은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곤, 조금 숙연해졌다.

주위에 둘러싸인 안좋은 상황만 탓했지, 내 스스로 반전의 기회를 삼을만한 확실한 노림수는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회사 뉴스를 검색하고 누가 인수하려나 하렴없이 기다리기 보단, 본질적 가치에 충실하여, 나 또한 완생으로 거듭난다면, 그 어떤 위기에서도 해법은 있기 마련일 테니까 말이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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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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