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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토요일..
와이프가 근 두달여 만에 머리를 하겠다고 하길래, 운전기사를 자청하며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머리와 속눈썹 파마를 해야겠다고 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자마자 저희 부부는 미용실로 향했더랬죠.

제가 10년이 넘게..
한 미용실만 고집하며 다니는 것과는 달리, 와이프는 집 근처 혹은 건대를 거점으로 몇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헤어스타일만큼은 한 미용실의 한 선생님께 집중적으로 케어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 집은 되레 제가 더 난리라며 와이프가 늘 핀잔을 주던 터였습니다.
<저의 미용실 관련 글 보기> 2007/07/15 - [1+1 = ?] - 오늘 난..

집 근처 미용실..
유명한 프랜차이즈 간판을 단 미용실도 아니고 그닥 유명한 헤어디자이너가 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손님이 늘 많던 것을 눈여겨 보고는 와이프가 그 곳에서 머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신경도 많이 써 주시고 세심한 배려가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이 놓였죠.

한 시간 쯤, 흘렀을까요?
속눈썹엔 찝게를 달고, 머리 위로는 랩을 감은 와이프가 제게 여기서 시간 허비하지 말고, 집에가서 청소나 하라더군요. 이에 저는 모른척하며, 계속 TV를 보았습니다. 곧 죽어도 청소는 하기 싫었거든요ㅡㅡ 미용실 언니 또한, 남편이 머리하는 동안 이렇게 착하게 기다리는데, 왜 그렇느냐며 되레 저를 두둔해주셨죠^^

자기는 운동이나 하러 가~
와이프가 이제는 운동이나 하러 가라고 합디다. 이 말에는 솔직히 귀가 솔깃했습니다. 나름 남편의 의무감과 와이프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집 근처 헬스장에서 땀을 빼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기는 헬스장~
열심히 운동을 하고, 러닝머신에서 재미난 TV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떠드는 사이~ 와이프로 부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목소리는 시무룩해져 있었고, 일요일에 출근하려고 했는데, 이 머리로 어떡해야 하냐며 의기소침해 있더군요ㅜㅜ

와이프의 예전 헤어스탈^^SAMSUNG TECHWIN CO., LTD | Digimax 370 / Kenox D370 | Portrait mode (for closeup photos with the background out of focus) | Pattern | 1/6sec | F/2.8 | 0.00 EV | 5.8mm | ISO-141 | Off Compulsory | 2005:12:30 22:15:29

와이프의 예전 헤어스탈^^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
저는 이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와이프의 헤어스탈을 확인하고는 속마음과는 달리, '나름 신선하다'며 그녀를 달래주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생소한 헤어스탈이라서 그런지 제가 봐도 정말 못 봐주겠더군요. 며칠 지나고 파마가 조금 풀리면 괜찮을 거라고 달래주었지만, 좌우 헤어스탈이 비대칭인 데다, 아줌마 파마처럼 뒷머리를 볶아놓은 지라, 정말 답이 없긴 없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인지..
와이프는 계속 침대에서 눈물을 흐느끼며, 만만한 저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기는 원래 건대로 가서 머리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자꾸 동네로 유인을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며, 그저 묵묵히 그녀의 원망을 들어줘야만 했습니다.

미용실에서는 싫은 소리도 못하는 주제에,
그저 저에게 이렇게 화풀이 하는 마누라가 얄미웠습니다. 그렇게 왜 애꿋은 남편을 미용실에서 쫓아내가지고는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냐며 따지고 싶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이것은 와이프가 말하던 스탈도 아니고, 어떻게 컬이 좌우가 다르게 나올 뿐더러 뒷머리는 수습이 불가능하다며 현장에서 따져들었을 것입니다.
 
내일 머리 다시 하자!
솔직히 뾰족한 답도 없길래, 비싼 돈 날린 것은 뒤로하고 '내일 그 미용실에 가서 내가 말해 볼 테니, 머리를 다시 하도록 하자'며, 와이프를 달랬습니다 그리곤, 간만에 밖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맛난 것도 먹고 들어왔습니다. (물론, 그녀는 모자를 쿡~ 뒤집어쓰고 외출을 했더랬죠^^)

드디어 오늘이 오고..
와이프와 함께 그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정중히 와이프의 현재 머리 스탈에 대해 고스란히 보여드렸고, 일목요연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헤어 디자이너 분께서도 다시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저야 이런 경우는 없었지만,
와이프의 잃어버린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라 여겼습니다. 여기서 타협이 안되면, 와이프가 자주가던 원래의 미용실에 가서라도 다시금 파마를 할 요량이었거든요.

어제의 물결폄이 야기시켰던 그녀의
그 꼬불꼬불한 아줌마 파마의 사태는, 결국 '매직파마'(일명, 생머리 형태로, 와이프의 기존 상태로 복구시키는 공사를 단행 함)로 일단락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죄 없는 저 또한..
어제와 오늘 맘 고생이 심했을 뿐더러, 결국 돈만 날린 꼴이 되어버린 처사에 조금 씁쓸했습니다. 이럴 거면, 왜 파마를 하겠다고 일주일 전부터 괴롭혔냐는 것부터 할 말은 정말 많았지만, 안정을 되찾은 그녀를 보며, 연신 '파이팅'을 외칠 뿐이었죠^^

언제나 그렇듯..
결혼 후로 와이프에게 늘 미안해 하는 소심남이기에, 조금이나마 점수를 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해 할 따름입니다.

일요일 저녁,
그녀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그것만으로도 새내기 부부에겐 소중한 추억이 아닐까 싶어, 이렇게 기억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남기고 갑니다^^ 2009/09/13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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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seminariruumid.com BlogIcon Seminariruumid 2012.02.02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인사드리네요.
    포스팅 하시는 글이 참 깔끔하시고 간결해서 배울점이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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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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