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년 5월 23일..
하루종일, 봉하마을 소식을 접하고 멍하니 있습니다. 영욕의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의 자살 소식에, 애통함을 억누르지 못할 뿐입니다. 주변의 측근부터 가족까지 다 구속되고, 팔/다리가 짤려 나간 마당에, 삶에 무슨 미련이 남을까하며 고인이 이해되기까지 합니다.

2003년 2월 25일..
'한 개인의 정치적 소명이 이렇게 큰 힘이 되는구나' 정치의 변방에서 머물던 한 사람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을 빌어, 16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우매한 20대 청년은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썩어빠진 위정자들의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며, 이 나라의 정치판'을 애써 부정하던 저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이자, 앞으로의 큰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인간 노무현은, 20대의 한 청년에게 열정과 희망을 알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2004년 3월 12일..
맹신적인 믿음으로 참여정부를 지켜보던 어느날의 오후.. 캠퍼스에서 한가롭게 수업을 듣던 청년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이라는 엄청난 비보를 접합니다. 정치적 의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평범했던 청년은 당시 엄청난 자괴감에 휩싸였고, 쓰레기 정치판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노무현 대통령을 처참히 바라봐야 했습니다.

난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영광스런 세대!
순진한 시골 청년의 이십대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은, 이렇게 참여정부의 희노애락과 함께하며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반세기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처참한 순간으로 기억 될 오늘의 불행까지 함께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80년대 민주화항쟁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제가, 이제는 '386세대'만큼이나 많은 사건,사고를 접했다는 상처 뿐인 영광(?)덕분에 후대에 큰소리칠 수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을 분명히 기억하겠습니다.
세상은 정말 요지경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극명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밋밋한 소신을 밝히면, 되레 줏대없다는 소리들으며 낙인찍히는 살벌함덕분에, '편가르기'의 한편에 기대야 하는 현실 또한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신의 사회..
'나와 다름'은 전혀 인정할지 모르는 야박한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전직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한 덕분에, 애도하는 시민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허나 이 나라의 공권력은 행여나 모를 진보세력의 불법시위가 자행될 것을 염려하여, 지하철 입구를 통째로 막아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

해외토픽감이라고 밖엔..
물론,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날리 만무합니다. 합법적으로 신고하고 질서를 지키겠다던 시위 현장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될 시위도구로 죽창이 등장했습니다. 불법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린 채, 여론을 호도하는 고질적인 시위대의 악습을 근절하는 경찰의 의지 또한 다분히 알 수 있습니다.

슬픈 자화상
덕분에 평화적 목적의 시민들의 추모행령이 불법시위자로 의심받게 되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 현실에 또한번 개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고인이 부던히 노력해왔던 '편가르기'를 넘어서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상생'이 무르익기를 희망합니다. 너무나 극단적 양상을 띄는 작금의 현실 속에, 마녀사냥이 두려워 좀처럼 민감한 부분에 말도 못 꺼내다가, 조심스레 소신을 밝힙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나쁘다라는 선동정치나 군중정치는 이제 좀 지양되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선진당(평소에는 탐탁치 않게 여기는 정당)의 성명 발표가 간만에 와닿았습니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애도를 표하였을 뿐더러, 전직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를 교훈삼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습죠. 부디, 건전한 정쟁, 성숙한 시위문화가 함께 자리잡기를 저 또한 간절히 희망합니다.

오늘의 애석한 일로 말미암아, 가슴으로 크게 한번 울어보고 내일을 시작하렵니다. 진심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 글을 마칩니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greatenergy BlogIcon 파이어 2009.05.23 2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노무현, 그는 우리를 위한 일꾼이셨습니다.

  2.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09.05.26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상하게시리, 저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낍니다. 그분의 족적이 저의 이십대에 함께해서 그런지, 정파/이념을 모두 떠나서 인간 노무현을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1

<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언어의 마술사

달력

Add to Google
Statistics Graph

태그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