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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9 청첩장

청첩장

1+1 = ? 2007.04.19 13:37

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학교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여친과 그녀의 집으로 갔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여친의 할머니께서는 아직 잉크냄새도 빠지지 않은 청첩장 한무더기를 고이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 계셨습니다..저희도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옆에서, 800여장이나 되는 청첩장을 접었습니다.

결혼이 진짜 실감이 되었습니다..
청첩장에 찍힌 나의 이름을 보고있으면서, 이것이 내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초대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들어보세요^^>

청첩장을 접는동안,
할머니는 자신이 혼례를 올리던 그시절에 대해서 후일담을 들려 주셨습니다. 자신의 어릴적 추억인데도 또렷히 기억하시고 있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과 한편으론  손녀를 시집보내는게 맘이 찡하시던지 계속 여친에게 시집가서 잘하라는 당부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자정을 훨씬 넘어
청첩장을 다 접어가는 사이..방안에서 주무시던 예비장인어른이 시장하시다면서 나오셨고, 뒤를 이어 장모님도 잠이 덜깬 상태에서 한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두 어른들 모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청첩장을 보시며 연신 흐뭇해하셨답니다. 갑자기 장모님은 자신이 시집갈 때, 받은 예물들을 꺼내어 여친에게 반지도 끼워주고, 목걸이도 채워주시곤..자신의 얼굴엔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으셨습니다.

이거 너 필요하면 하라고..
자기는 이제 필요없으시다며, 여친에게 건내주는 반지와 목걸이를 저와 여친은 한사코 반대를 하며 손수레를 쳤답니다.

장인어른은 각종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시며,
이미 소문은 다 내신 듯 했습니다. 이젠 청첩장만 돌리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청첩장을 접는 저희 주위를 계속 맴도셨습니다..한손에는 허기를 달랠 찰떡을 손에 쥐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좋은 새식구들을 대할 때.. 마음 한편으로 원망도 하고 불편해했는지..순간 죄송스러웠고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단지 종이한장이 온 것 뿐인데..
밤늦은 시간에 온가족이 자다말고 일어나 하나 둘씩 일어나 자리에 앉아 웃음꽃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흐뭇했습니다.

가뜩이나 못난 사위를 얻게 된 모자람도 뒤로하신 채,
가장 힘든 시기인 저에게 기안죽이게 할려고, 여러가지 배려해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그리곤 시골에 계시는 저의 어머니도 이 청첩장을 보노라면, 마음이 심숭생숭하실거라며, 이번에 내려가서 걱정하시지 않게 하라고 당부의 말씀도 주셨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엄마..존경하는 어머니..
청첩장을 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청첩장에 아버지의 이름은 없고 자신의 이름만 적혀있는 것에 대해 허전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아들 기죽을까봐 애써 감추시려 하실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곤 제일먼저 아들의 청첩장을 들고 아버지의 산소로 가지고 가시겠죠..

'보세요..당신 아들이 결혼합니다. 당신없어도 잘 키워놨으니 걱정말고 편히 쉬세요'
한 켠에서 훔치실 눈물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그런 어머니의 강인함을 냉정하게 떨쳐낼 수 없었기에..지금의 동생과 제가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며,
어머니와 동생과 멀어지는 그런 느낌이 간혹 들곤 합니다. 안그럴꺼라 다짐해도, 어느정도 그전의 관계에 비해 조금 더 멀어질 것이 확실하기에 미안할 따름입니다. 단지 기우에 그칠거라 내자신을 위로하며, 반대로 우리집에 큰딸이 한명 들어와 식구가 늘었다 좋아하실게 분명하지만, 저만 그런 것일까요?

결혼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제 마음 한구석은 이상하리만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더 심해집니다. 별것도 아닌 청첩장하나 온 것일 뿐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제모습..

이제 막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데..마지막 성장통이 저를 끝까지 괴롭히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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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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