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눈으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음으로 들여다 보려 했습니다.
얼마전..
사진작가 육명심교수님을 눈으로 만나뵈었습니다. 돋보기처럼 굵은 알이 돋보이는 안경, 누가봐도 고희를 넘긴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신사.. 풍채만을 훑었을 때, 그가 예술가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스듬히 눌러 쓴 '베레모'가 뿐이었습죠..
뭐..사진집이 별거야?
그분의 사진철학을 접하기 전..솔직한 저의 반응이었습니다. 잘나가던 전공을 바꿔 천대받던 사진쟁이를 시작하셨다는 그분.. 그냥 사람이 좋아서 시작하신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직업은 천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프로가 될 수 없다'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해주지 않던 6,70년대에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결같은 사진철학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은시인과 친구먹은 사연..성철스님을 찍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온 사연..
그냥 사진만 찍으면 될 것이지, 라는 우리내의 기대에, 저자는 일침을 놓습니다. 요즘 트랜드는 겉멋을 내려 사진을 찍는다하지만, 자신이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는 건 바로 '사람내음'이라는 거죠..
그 사람이 아무리 유명한들..
겉의 아름다움과 포장된 것을 잘 드러내게 하기 위해 찍는 선거철용 증명사진을 남기기를 거부합니다. 그냥 그사람의 벌거벗은듯한, 그리고 사진만으로 사진을 판단하게끔 한컷 한컷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게 제가 느낀 메시지가 아닐까합니다.
그런 분의 강연을 듣는 내내,
사뭇 사진집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이크에 나오는 그의 육성으로도 충분히 그분의 삶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분명 전부가 아닐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창작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그의 고뇌를 알게되면서 당시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강연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사진집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곤 사진만 뚫어지게 쳐다 보았죠. 나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분이 담아내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한 편의 시화전을 보고 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사진집에는 각각의 사진작품별로 사연이 담겨있습죠.. 워낙에 사진을 볼 줄 모르는 저를 위해, 남긴 메시지 같았습니다. 그런 메시지 덕택인지, 유독 사진집의 한분이 머리에 남습니다.
자녀들의 이름을 하나, 나라, 겨레로 지으셨다는 문인이었습니다.
얼마나 통일이 그리워서일까..아마 당시의 문인이었으면, 시대사상도 분명했겠지..검열도 심했을텐데, 어쩌면 회색분자로 낙인이 찍혔을지도 몰라.. 책을 눈으로만 읽고 마음에 안담아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박봉우시인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책을 들고 정확히 확인해보고 수정하겠습니다^^)
암튼 그러한 사연덕택에,
그 분만은 유독 지하철에서 더 깊게 보려 했습니다. 당시 그사진집에 담긴 그분을 보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함께 느끼려고 했습니다.
가끔..순수해지고 싶을 때..
이책을 또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재의 한켠에 꽂혀져있지만, 사람의 情이 그리울 때..이 책을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오직 제마음을 들여다 보기위해 말이죠.. 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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