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에 위치한
한강 유람선 선착장에서 막연히 마포대교 건너편을 바라보면, 유난히도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강변북로를 지나다 보면, 한남대교의 부촌과 신동아건설이라는 간판이 무의식 중에 인지되는 것과 같이, 공덕오거리 근처에서는 유독 동그란 구 모양의 빌딩이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왔다.

이름하여, 번개표 건물
그 빌딩의 누구의 소유인지는 몰랐다. 더욱이 번개표라는 장수 브랜드가 금호전기라는 국내 토종기업의 것인지도 관심없었다. 그저, 번개표하면, 형광등을 떠올리는 수준에 머물다, 기가막힌 위치에 전광판을 달아 독특한 브랜드 네임만큼이나 톡톡 튀는 광고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번개표' = '한강의 랜드마크'
지정학적 위치도 훌륭했지만, 왠지 아날로그틱한 '번개표'라는 전광판이 빌딩에 걸려있는 모습 자체가 상당히 넌센스였다. 더욱이 그러한 사람들의 인지효과 덕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포대교하면 번개표 빌딩을 떠올릴 만큼이나, 친숙했던 이미지였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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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엊그제 강변북로를 지나다가~

번개표 빌딩은 그대로 있었는데, '헨켈'이라는 간판으로 교체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서 만큼은
영원히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남았던 랜드마크였는데, 왠지모를 섭섭함이 밀려왔다.




'형광등 팔기가 많이 힘들어졌나'하는

아쉬움과 그냥 막연히 좋아했던 감정에서 벗어나, 인터넷을 뒤져가며 자초지종을 살펴봤다. 덕분에, 번개표 브랜드가 조명기기 업체인 금호전기의 것이라는 것과, IMF때 경영악화로 그 건물을 팔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관련기사보기]금호전기,번개표 브랜드 딜레마?

그저, 안타까운 것은
해당 전광판의 위치가 워낙에 뛰어나서인지는 몰라도, 광고료 상승에 따른 현실적 장벽때문에, 부득이하게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데 있었다. 단순히, 토종기업을 우대해 줘야한다는 비논리적 접근도 가능하겠지만, '번개표'로 대변되는, 72년 간 지속된 흔치않은 토종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지원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헨켈이지?
더욱이 안타까웠던 점은, 이른바 '번개표'를 철수시키고 들어선 브랜드가 바로 독일의 생활산업용품 장수기업이자, 요즘 TV 홈쇼핑을 통해 다양한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헨켈'이라는 장수기업이라는 것이다.
헨켈이라는 전광판으로 바뀐 빌딩 외부 모습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Normal program | Pattern | 1/125sec | F/4.4 | +1.00 EV | 14.3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8:07 15:31:26

헨켈이라는 전광판으로 바뀐 빌딩 외부 모습

여타 광고주도 많았을 테고..
입찰가가 가장 높았기에 '헨켈'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시점에서 엉뚱하게 드는 생각은, 건물주가 한국 토종 브랜드를 대처할 간판에 대해, 조금만 더 심사숙고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점이다.

아무쪼록,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남의 건물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할 수는 없고,  단순한 간판 교체 건으로 또 하나의 토착기업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기우이겠지만, 심히 염려스러운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만큼,
금호전기라는 회사 또한, 앞으로 쭉~ 성장해 나가는 모범적인 장수기업으로 영원히 남았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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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마포구 용강동 | 금호전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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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개표추억 2011.08.15 15: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제서야 번개표가 아닌 헨켈 간판이 달린 것보고 건물을 옮겼나 검색했다 님 글을 봤네요.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ㅠㅠ걍 뭔가 많이 아쉽네요.


늦은 밤 10시..
간만에 야근을 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마침 지나가던 택시에 몸을 맡긴 채, 마포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평소 월요일의 동시간대 강변북로였다면 많은 차들로 인해, 한남대교 북단까지는 거북이 걸음을 하며, 정체가 반복되었을 상황이었다.

아.. 휴가철이지..

허나, 도심 속 간선도로는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었다. 덕분에, 숨막히는 빌딩 숲을 헤쳐나와 고요한 한강을 마주하며,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강변북로? 내겐 꽉막힌 도시의 전경일 뿐..
그렇다. 평소 내가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오로지,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 위함이었다. 물론, 여유있게 가 본 기억이 드물 정도로, 항상 이 놈의 간선도로는 내가 운전하며 상대방에게 더러운 성질을 부추기게끔 하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덕분에, 이 녀석의 주변 풍경은 보지 못한 채, 늘 삭막한 시멘트 도로 위의 정면을 정조준하며 달려갔던 기억 뿐이다.

택시 안에서 찍은, 반포대교의 모습

택시 안에서 찍은, 반포대교의 모습

헌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서울에서 10여 년이 넘게 살아왔고, 본격적인 자가 운전을 5년이 다 되도록 해왔는데, 강변북로에서 바라 본 서울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택시 안에서, 강변북로의 주변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내게 다가 온 것이다.

가끔, 수변도시 서울에 대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름다운 구석이 느껴지곤 했었지만, 이렇게 한 눈에 들어오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매번 타고 다니는 도로였건만,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 조차,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 채,
'서울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며, 나의 잊혀진 감성을 자극해 왔다. 이러한 긍정의 엔돌핀 덕분인지, 건너편 올림픽대로 위의 빌딩의 모습 또한 서울의 야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듯 보였다.

홍콩 빌딩 숲에 비춰 진, 네온 싸인들^^FUJIFILM | FinePix J27 J28 J29

홍콩 빌딩 숲에 비춰 진, 네온 싸인들^^

문득, 홍콩의 밤거리를 연상 케하는..
지난 겨울인가, 와이프와 홍콩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났었다. 센트럴파크인지, 장소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해안 변을 따라 줄지어 세워 진 빌딩숲에서 펼쳐지는 레이져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관광상품을 개발했을까 싶을 정도로, 도심의 자원을 활용한 그들의 센스에 반했었다. 인구밀도도 높을 뿐더러, 자연환경의 보존도 서울보다 못한 홍콩도 이렇게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번뜩 서울 야경을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반포대교를 수놓은 조명들^^

반포대교를 수놓은 조명들^^

더욱이, 반포대교를 지나갈 무렵, 화려하게 수놓은 반포대교의 조명 빛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핸드폰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창문 밖에 비친 그곳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열심히 찍어댔다.

제대로 된 사진은 없었으나,
당시의 감흥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했던 나의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서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


아마 그날도,

차들로 즐비했던 도로였다면, 이러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출퇴근하는 길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는 게, 살다보면 그리 쉽게 다가오지 못하다는 것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헌데 나는 그날 '내가 살고 있는 도심 속 삭막한 서울'에서 특별한 가치를 찾았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몇 자 적게 되었다.  무엇보다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이국적인 서울의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야경이었다^^

일전에, 외국인 친구가
서울의 밤거리는 여느 도시에 견주어 보더라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솔직히 흘려들었던 게 사실이다. 헌데, 실로 '아름다운 수변도시 서울'이라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을, 그간 너무 폄하하며 살아온 게 아닌지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 가치마져 부정하는 못된 발상으로 말미암아,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일수도 있다^^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살던 고향이나 터전을 떠나 봐야 소중한 가치를 느끼는 것과 같이, 나 또한, 막상 서울이라는 곳에 살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어떤 의미도 없었다.

비로소, 삭막한 도시환경에 찌든 삶을 자처하기 보다, 청계천을 거닐고, 아차산을 오르 내리며, 서울의 숨은 가치를 찾으며 내 고장 서울의 진정한 가치를 부여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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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3동 | 반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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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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