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메밀꽃 필 무렵'
의 저자인 이효석 선생님의 고향인 봉평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굳이, 봉평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대관령 평창에 놀러갔다가 겸사겸사 둘러보고 온 것이죠^^

시원한 고원지대,
태백산맥의 산자락에는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마을을 지키는 목장승마냥 우두커니 서 있었고, 산등성이 곳곳에서는 땅을 개간하여 만든 고산지대 특유의 고랭지 배추들이 가을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고,
신선 놀음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산으로~ 냇가로~ 아무 계획없이, 펜션에서 얻은 관광지도 하나를 펼쳐 놓고서는 여기저기를 배회하고 다녔습니다. 그냥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마냥, 가다가 좋으면 쉬고, 시냇가에 발도 담그고, 계곡 밑 그늘에서 수박을 씻어 먹는 등 유유자적하며 그 자체를 즐겼는데, 나름 유익했습니다.
제가 잡은 뒤, 풀어 준 물고기들입니다^^SAMSUNG | SPH-M7350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64sec | F/2.8 | +0.50 EV | 4.4mm | ISO-100 | Flash did not fire | 2010:07:24 18:00:13

제가 잡은 뒤, 풀어 준 물고기들입니다^^

물고기 한 마리.. 침입자 한 명..
주변을 배회하던 중, 근처 피서객에게 그물망을 빌렸습니다. 덕분에, 어렷을 적 동심으로 들어가 그물망을 길목에 설치하고, 고기를 몰며 물장구를 쳤죠. 뿌옇게 변한 물가는 뒷전인 채, 피라미가 그물에 걸린 것을 보고서는 너무 좋아했습니다. 근 십여 년만에,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보았기에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그 당시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메운탕을 끓여 주겠다는 허풍과 함께,
의욕만 앞선 상태로, 냇가의 돌은 죄다 뒤짚어 놓은 채, 심신은 지쳐만 갔습니다ㅡㅡ 그렇게 잡은 몇 십마리의 피라미들 또한 지쳐 버렸는지, 간혹 배를 보이는 고기도 있었고, 고개를 뻐끔뻐끔 들어 산소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네들도 살겠다고 몸부침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띄더군요.

근데 문득,
제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러웠습니다. 맑고 깨끗한 그들의 터전을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냥 겸언쩍어 지더군요. 더불어, 제가 다시 살려준다 하더라도,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기가 마땅치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야, 언제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으니, 그 녀석들 입장에서는 꽤나 괘씸해 보였을 것입니다^^
이번에, 봉평에서 찍은 나비입니다^^SAMSUNG | SPH-M7350 | Aperture priority | Center-weighted average | 1/512sec | F/2.8 | +0.50 EV | 4.4mm | ISO-50 | Flash did not fire | 2010:07:24 16:30:59

이번에, 봉평에서 찍은 나비입니다^^

나비 한 마리.. 침입자 한 명...
그렇게 한 시간 여를 냇가에서 헤메다 고기를 다 놓아 주고는 근처 풀밭을 돌아 다녔습니다. 이번엔 잠자리 떼들이 저를 유혹하더군요^^ 허나, 주변에는 잠자리채를 들고 있는 꼬마녀석들을 발견할 수 없었기에, 맨 손으로 몇 번 시도하다 포기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데 만족했습니다. 헌데, 그 순간 제 눈앞에 이쁜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꽃망울에 앉아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풀밭에서는 이름모를 나비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습죠.

계속되는 술레잡기의 승자는?
저는 호들갑을 떨며, 핸드폰을 꺼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 또한, 저의 따가운 시선이 방해가 되었는지  편안히 쉬지 못하고, 계속 제 주위를 맴돌며 꽃망울 사이를 옮겨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숨박꼭질을 하듯, 저와 이 녀석의 신경전이 계속 된 끝에, 인증샷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인지,
잠자리를 방해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내 저는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그리곤 저를 피하기만 하는 물고기와 나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밖에,
여겨질 수 없다는 씁쓸한 현실과 함께,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살아 갈 방법은 없을까라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연 위에 군림하는 인간이 결국 반성하고, 더욱더 환경 보존이나 자연 파괴에 대해 각성해야 겠다는 원론적인 생각만 되풀이 할 뿐, 명쾌한 답이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내겐 아주 이쁜 날개짓이나, 그들에겐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
제게 있어서는, 한없이 이쁜 객체였을지 몰라도,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 잠시나마, 이상의 세계에서 유토피아를 꿈 꿔 보았습니다. 혹시나, 지금도 인간에 대한 적대심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도 하고, 언젠가 주종관계과 바뀌듯, 인간에게 복수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덕분에, 극성스럽게 아부를 떨고 풀어주었답니다^^
잠시나마 함께했던 나비와 물고기와 이별하면서, 제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달했습니다. '너희들과 함께 공존하는 삶을 영위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많은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하다. 그러니, 너희 친구들에게도 내 생각을 전해주고, 조금이나마 노여움을 풀어주렴^^' 이라며, 무슨 어린왕자에 나올 법한 어투로, 청승을 떨었답니당~

그간 시멘트 벽에 둘러쌓여 도시 속 닭장에 갇혀 살다보니,
더불어 사는 삶을 잊고 지내 온 것이 조금 후회스러웠을 뿐입니다. 매번 말로만 '더불어 살자'고 지껄이는 주체임에는 분명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런 보잘 것 없는 순간에도, 생명의 경건함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작렬했다는 것만큼은 순수하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지난 주말
자연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서, 그 감흥을 유쾌한 기분으로 몇 자 적고 갑니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 봉평메밀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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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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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비 2010.07.26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답게 사시는구려

  2.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10.07.26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죠! 근데 뉘신지요~^^

  3.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BlogIcon 주리니 2010.07.26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보다 멋진데요?
    텔레비젼에서 자주 보여주길래 그런가부다...
    그렇게 여기며 말았는데..
    대관령 부근으로 가볼까 그러다 말았는데 아쉽네요.
    다음을 기약해야겠어요^^

  4.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10.07.26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보여드린 부분은 정말 빙산의 일각입니다^^ 다음 기회에는 꼭 한번 가보세요!


우리집에는 화단이 있다.
언젠가 어머니와 와이프가 산에서 흙을 잔뜩 싣어 오더니 끙끙대며 만드신 작은 화단..

그렇게 시멘트 천지인
마당에는 어느덧 토마토 꽃과 고추 꽃이 만발하곤 했었다. 한여름..이곳에서 고추와 상추..그리고 토마토를 따먹고, 가을에는 케일을 갈아마신 기억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정원에 의외의 불청객이 찾아온 것에 감사해하며 당시의 기록을 남겨놓게 되었다.

나비 한 마리의
방문일 뿐인데도.. 나와 와이프는 신기해 하며, 그 불청객이 오래도록 우리의 정원에 있어주기를 바랬다.
  
<핸드폰에 저장해두었던 지난 봄의 동영상 파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불청객은 가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면 가끔 안부인사를 하러 찾아오곤 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럼, 삭막한 도시의 정원에 날아든 작고 어여쁜 불청객을 감상해 보시길^^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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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라며,
이책을 쉽게 대하면 오산이다^^ 무엇보다 삶을 살아가는데있어서, 다시한번 일깨우게 해주는 그런 우화이다.

미지의 욕망의 세계로 뻣어나가는 줄무늬 애벌레는 흡사 현대인의 자화상과도 같다. 이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줄무늬 애벌레는 앞만보고 달리는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본질을 모른 채,
질주를 할 뿐이고~ 그끝은 정말 허망한, 그렇다고 이미 뒤를 돌아보기에는 늦은 그런 모습을 트리나 폴러스는 경고한 것이 아닐까?


아주 특별한 교훈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진리, 나를 알고, 그리고 인생에 대해 쉽게만 오르려하지 말자.. 모든 사람이 마치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지금도 수억겁의 목적없는 탑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사뭇 내자신이 진지해졌었다.. 나는 어떤 목적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까?  남들이 가니깐, 그저 쉽게만 보이는 저고지를 향해 똑같이 짓밟고 올라서려고 하는 것인가?


서로 밀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것만이 진정한 우리 내의 삶 속 나침반은 아닐 것이다. 이 책 또한 분명 내게 희망을 주었다. 줄무늬 애벌레 이녀석은 마치 나의 모습과 흡사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선과악이 공존하듯이, 분명 깨우치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다.


이세상의 줄무늬애벌레가 호랑 나비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그날을 나 또한 기대하고 천천히 기다릴 것이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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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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