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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 아래에서,
전통찻집을 찾아나선다면, 으레 인사동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나 또한, 인사동 골목을 거닐 때면,  천상병 시인의 아내가 운영하는 귀천 (歸天)이라는 찻집을 자주 들르곤 했었다. 왠지 그곳에서 즐겨 마셨던 모과차의 경우, 은은한 향만큼이나 내 스스로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었다. 덕분에, 문학소년이 된 것 마냥, 천상병 시인의 글귀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찾은 찻집..
별다방도 아닌, 콩다방도 아닌, 전통찻집을 찾은 지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가게 된 곳은 다름아닌 '대보찻집'이었다.

대보찻집의 간판이 걸린 입구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125sec | F/3.6 | 0.00 EV | 5.9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0:08:17 12:28:11

대보찻집의 간판이 걸린 입구

그닥 신뢰가 가지 않는 위치..
무엇보다, 시멘트 건물 지하에 위치한 그곳은 찻집으로서 위풍당당해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조그맣게 달린 간판에는 예전의 다방이 영업했던 곳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표시까지 해주었는데, 그닥 내키지 않았었나 보다.

하지만,
평소 검증된(?) 곳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는 나로서, 지인의 강력추천은 그 자체로 모든 의심의 눈초리를 벗어던지게끔 해주었다^^ 그저, 그곳에 가서 십전대보탕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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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십전대보탕^^
평소 술 마실 때를 제외하곤, 몸을 끔찍히 생각하는 나로서는 '십전대보탕'전문 찻집이라는 명패에 걸맞게, 아무런 의심없이 해당 차를 주문했다. 그리곤, 탁 트인 주방부터 시작해서, 내부 인테리어를 훑어 보았다^^
 
테이크아웃 시스템에 길들여진 나
그렇다. 느긋히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 조차, 내겐 어색했다. 계속 주위를 카메라 셔터에 담아내고자 하였고, 주방에서 정성스레 차를 달이는 과정도 슬슬 지쳐 갈 무렵이었다.

맛있는 강정과 은행은 에피타이저^^
분주한 주방과 달리, 나의 느긋함은 맛있는 강정과 은행이 나오면서 부터,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뭐,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다과임에도, 그냥 전통찻집에서 먹는다고 생각하니, 맛도 맛이지만 이것들이 남달라 보였다^^
맛있는 강정과 은행^^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4sec | F/3.5 | 0.00 EV | 5.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0:08:17 12:38:41

맛있는 강정과 은행^^

같이 간 일행들과
수다를 떨면서, 내심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십전대보탕에 대한 기대가 커져간 것이다. 그저, 찻집에서 풍기는 한약 내음만으로, 십전대보탕의 존재를 가늠했을 따름이다^^

왕의 귀환~
드뎌 맛보게 된 십전대보탕.. 일전에도, 그저 쌍화탕을 대접에 담아놓은 맛과 향뿐이라며, 녀석을 폄하해 왔었는데, 오늘도 역시 맛은 쌍화탕 그 자체였다. 무언가 색다르면서도 깊은 맛(?)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었나 보다^^
짜잔~ 십전대보탕의 기운을 느껴 보시길^^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3sec | F/3.5 | 0.00 EV | 5.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0:08:17 12:32:43
허나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는
나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남대문 시장에서, 어머니를 도우며 십전대보탕만을 전문으로 영업해오다, 자신이 독립해서 차린 찻집이 바로 이 곳이란다. 재료부터 달이는 과정까지 예전 방식을 고수하며, 보양식으로 최선을 다했으니 안심하며 먹으라는 말도 곁들어 주셨다.

대보찻집 문현선대표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3sec | F/4.1 | 0.00 EV | 10.6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0:08:17 12:42:02

대보찻집 문현선대표

가슴 속에, 기운이 팍~ 팍~
그렇다. 그 자체로 내겐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았다. 더욱이 극구 사진 만은 안찍겠다던 사장님을 설득하여, 인증샷까지 남기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봉지 커피'에 익숙한 직딩들에게, '십전대보탕'을 홍보하겠다는 간곡한 부탁이 먹혔었나 보다^^

대접을 비우고,
찻집을 나서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찻집을 등한시 하게 된 것일까?
가격 면에서도 그렇고, 영양면에서도 그렇고 십전대보탕은 '커피'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게 틀림없는 기호식품이다. 허나, 언젠가부터, 내 스스로도 커피에 대한 환상과 함께, 테이크아웃이 보편화된 시점에서, '십전대보탕'과 같은 복잡한 제조 과정과 단가가 비싼 차에 대해서는 멀리해왔던 게 분명하다.

문화 사대주의?
결코 예단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러한 사상적 접근에서도, 몇 가지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우리가 전통찻집의 맛있는 모과차나  십전대보탕의 가치보다 즐비한 '외국찻집'의 허영에 빠져, 아메리카노를 좇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전통차를 살리자라는 취지이기 보다, 이젠 이러한 기호식품을 맛 볼 수 있는 데가 별로 없다는 아쉬움에서 장문의 글을 남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은연 중에 자리잡은 옛것에 대한 배척이 지현재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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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 대보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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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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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afe.naver.com/sonagi7378929 BlogIcon 소나기 2010.11.16 2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통찻집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왔어요~
    http://cafe.naver.com/sonagi7378929 <---'소나기'전통찻집 까페입니다.
    구경 한번해보시구 인사동 나오시게되면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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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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