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봄..
출/퇴근 시간 외에도 매우 북적이는 점심시간을 보내던 나다. 언제나그렇듯, 작은 여유를 찾고 싶은 나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하루의 중반부로 기억된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삭막한 광화문 한복판에서 내 감성을 자극하는 행사가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근처를 지날 때면,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곤 했는데, 이름하여 그곳에서 주최하는 '분수대 뜨락축제'라는 야외공연 무대였다. 무엇보다, 인근의 소심한 직딩들을 위한, 세종문화회관측의 작은 배려가 돋보이는 알찬 문화 콘서트였다고 자평한다.

그렇게, 광장 앞에는
점심을 마치고 온 직딩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고, 세종문화회관 분수대 앞에선 거리의 관객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공연이 열렸었다.


한두번 호기심으로 자리를 하던 것이,
이제는 어김없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자연스레 그곳으로 행하곤 한다. 단 30분의 짧은 감상이지만, 매일 매일 색다른 공연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관람하는 사람부터~
계단 중턱에 미리 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 지나가며 그냥 무관심으로 쳐다보는 사람, 이렇게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연이기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그 공연의 매력이었던 것 같다.

직딩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마련해줬다는 아름다운 배려에,
난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감성을 키워나갔다. 물론, 제한된 공연 시간인지라, 점심시간의 말미에 발을 제촉하며 들어가게 되지만, 내일 또 이 자리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사무실로 힘찬 발걸음을 옮겼었다.

나른한 이 오후 시간
밖에서 들려오는 선거유세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문화공연이 갑자기 떠올라서, 이렇게 몇 자 적고 간다. 한때, 나에게 볼거리와 삶의 여유를 되찾아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해주었던, 당시의 축제는 내 맘 속에서 계속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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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아는 선배가 표를 줘서,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보았습니다. 그것도 맨 앞줄 가운데에서 말이죠^^ 아마도 와이프랑 VIP석에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 제가 주로 티켓예매를 하면, 땡처리 혹은 공연은 보기만 하면 된다는 신념 하에, 값이 저렴한 'L'석 위주로 보았습니다.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무작정 부딪히고 난 다음, 작품을 느낀데로 평하는 제게, 클레오파트라는 너무나 멋진 공연 중의 하나였습니다. 약간의 역사적 지식만 있다면, 저같이 예술작품을 모르는 사람들도 재밌게 볼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김선경씨의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심 공연을 보기 전에는, 박지윤씨였으면 했답니다. 그건 아무 이유없이, 그저 제가 한창인 시절, 풋풋한 여가수로서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어떤 모습일까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컸을 뿐입니다^^

잠시 책속으로..
제가 아는 클레오파트라..그녀는 단지 코가 높고, 이쁘고, 요염한 자태로, 로마의 남정네들을 유혹한 이집트의 여왕정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친한 출판사 영업자분의 호의로 <여왕의 시대>라는 책을 받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세기의 여왕을 다루는 책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아마도 첫장을 장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이집트 황실의 권력 암투 속에, 클레오파트라는 동생인 프롤레마이우스와 원치않지만, 살기 위해서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절대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들간에도 서로 죽고 죽이는 암울한 당시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히 동생과의 정략적 결혼으로 목숨을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고 왕권탈환과 유지를 위해 시작된 피비린내나는 클레오파트라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저, 안토니우스와의 결혼 또한 그녀는 자신의 조국 이집트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보호막이었을 뿐 그이상, 이하도 아니었나 싶내요.

그렇게 평소에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저의 사전지식은 어렴풋이나마 공연을 보는내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하였답니다^^ 덕분에 공연을 보면, 내용보다는 인물중심으로 보았던 그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줄거리에 빠져 볼 수 있었습니다.

난세의 영웅=클레오파트라
김선경이라는 배우의 폭발적인 에너지, 감추려하는 여왕의 자태는 정말 클레오파트라라는 인물을 잘 소화했다고 자평합니다. 단순히 이쁜 여왕이 아닌, 권력의 암투를 이겨내고, 한나라의 통치자로서 군림해온 '난세의 영웅'을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나 공연이 끝나고나서도, 와이프가 길을 걷는 내내, OST를 흥얼거리며 나왔는데, '맘마미아', '노트르담드 파리'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토리와 OST외에도, 무시할 수 없던 것은 아마도 연출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저는 역사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뱀'의 등장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시작부터 등장한 뱀의 역할은 이번 공연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죠.

전혀 공연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캐릭터인
'뱀'의 몸짓 하나하나는 클레오파트라의 상황묘사와 치밀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엔 뱀의 존재를 절대 빼놓을 수 없을 정도였고, 나중에 모지민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었다면,
 공연 내용과는 별개로 시설적인 측면에서 아쉬웠습니다. 맨 앞자리에서 본 공연이라 그럴까요? 목을 치켜들며 무대를 바라봐야해서 좀 불편했구요. 무엇보다 무대세트가 부실했기도 하고,  유니버설아트센터가 시설이 조금 노후와되었는지 좌석 또한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무대세트 가운데서 배우들이 떠오르거나 하는 세트시설은 계속 삐그덕~삐그덕 거려서, 이게 맨 앞자리에 앉다보니 이런 소리도 듣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뭐, 다른 공연에서는 맨앞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와이프와 멋진 공연을 보고 나오는 내내, 너무 행복한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한가지 불안한 게 있다면, 와이프가 박지윤씨가 나올 때 또 보자고 할까봐 내심 맘을 졸이고 있었던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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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살사..한국에 스며들다.. 
저녁 10시.. 서늘한 날씨속에서 사람들은 주위에 시선을 줄틈도 없이 움츠린채로 거리를 걷고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낯설지도 않지만, 저절로 어깨춤을 추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이내 홍대 앞의 작은 무대는 추운데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작은 스피커에 의존하여
나오는 음악 속에, 점점 무대위부터 흥이 달아오르고 하나둘씩 각본없이 짜여진  활기찬 춤동작으로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힘찬 발동작,
유연한 허리에서 나오는 회전, 그리고 정적인 손짓.. 이것이 바로 그곳, 토요일 저녁 홍대 거리에서 본 쿠바 공연의 전부를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탈춤이나 마당극과 같은 한국 전통 공연과 비교해 볼때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느낄 수 있었으며, 점점 분위기에 빠져들며 일체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공연에 몰입하다보니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래서 탈형식의 공연일지는 몰라도, 그들에게는 분명한 규칙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모든 것이 끝나갈 무렵에 알게 있었고, 확실했던 것은.. 그들만의 색채가 남다른 것이 아닌 저 멀리 지구 반대편 동방의 나라에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틴음악의 생소함속에 그저 브라질의 삼바와 같은 기초적인 정보밖에 없던 내게, 쿠바의 공연은 라틴음악에 대한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항상 음악이나 춤과같은 다른 국가의 문화 공연을 보면, 그들의 국민성도 엿볼 수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나는 불과 한두시간밖에 안되는 공연속에서, 작게는 쿠바만의 색채를 보았고, 큰틀에서는 남미 문화의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즉, 라틴음악의 풍미를 느꼈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춤을 추는 당당함, 그러나 그속에서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며,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없이, 정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는 그들의 즐거운 춤동작은  진정 즐길 줄 아는 문화가 녹아있는 듯하였다.  
 
그들에게 춤은 하나의 생활인 것처럼 보였다. 춤을 추다가 파트너를 바꿔 추기도 하는가 하면,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리더니 자연스럽게 춤을 추면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물론 발동작은 계속 진행중이면서 말이다.

무언가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엿보고 나서 였다. 우리가 생각할때 분명 그들은 살사의 대가이다. 하지만 그날 즉석에서 만난 한국사람에게 일일히 발동작을 가르쳐 주며 동작을 리드하는 것을 보았을때, 상대방도 쉽게 춤을 추게 되었고, 이내 분위기는  물이 오를 수가 있었다.
 
어쩌면 그들의 춤에 규칙이 있을거라는 오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규칙은 간단했다. 음악이 흐르면 모두가 획일적인 동작으로 추는 것이 아닌, 춤을 추는 남,녀 한쌍이 서로에게 맞춰서 추면서 즐길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살사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한 음악에 꼭 한춤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초보자들이라도 몇가지 스텝만을 익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살사의 유일한 규칙이자 장점이 아닐까 한다.
 
나는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살사열풍도 이와같은 라틴음악의 특징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춤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슬로우~슬로우~ 퀵!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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