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엄청난 비보를 접했습니다.
9시 경, 본능적으로 TV를 켰는데 봉하마을의 안타까운 비보와 함께, 큰 자막으로 '노무현 대통령 자살'이라는 뉴스보도가 나오더군요.

혼자 흥분했습니다!
아직 사실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추측성 보도를 내보내는 것이 그냥 못마땅했나 봅니다. 그 후로, 계속 브라운관을 멍하게 쳐다보며, 설마설마하며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엄청난 충격
아나운서와 기자들도 놀란나머지, 이내 평정심을 찾고, 자살가능성의 무게를 둘 뿐,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저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시자, 수많은 정치 역경을 딛고 일어선 현명하신 분께서,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단순 실족사이기를 바랬습니다.

11시 경, 여러가지 정황이 포착되고, 새로운 소식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부산대병원장이 새벽 일찍 병원에 나왔다는 것, 그리고 평소에 늘 동행하던 비서관은 사저에 남겨둔 채, 경호원과 함께 산행에 올랐다는 것, 무엇보다 유서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제 노 전대통령의 서거는 자살로 기정사실화되는 것에 그저 혀를 찰 뿐이었죠.

평소 저를 잘 아는 후배녀석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이 녀석이 분명 위로차 연락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조심스레 이 소식을 아는지부터, 괜찮냐며 퉁명스럽게 묻더군요. 그닥 뭐, 허무라고 할 것도 없이, 저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인 터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인간 노무현을 정말 좋아했을 뿐입니다.
저는 노사모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딜가서든지, 노무현을 좋와한다고 떳떳하게 말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분의 정치적 인생만을 염두해 두곤, '실패한 정치인 혹은 권모술수가 능한 분'이라며, 조롱하는 듯 대했지만, 제겐 달랐습니다.

또 한번의 정치적 선택?
많은 추측 중에, '목숨'을 가지고 '딜'을 했을 수도 있다는 부분에는 선을 긋고 싶습니다. 아무리 막장으로 몰렸더라고 한들, 한 나라의 국가원수이셨던 분이 그렇게 쉽사리 자신의 목숨마져 내놓고, 승부수를 띄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단란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까지 들어닥친 커다란 시련이 그 분을 힘들게 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조용히 보내드렸으면 합니다.
엄청난 고뇌 속에,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없던 그 분을 그저 이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기에, 더더욱 그 분을 조용히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엄청난 사건임이 틀림없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이자, '한 나라의 정체성'마져, 흔들어버릴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기에,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앞으론..
벌써부터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모두 정치적으로 미칠 파장에 대해 많이 염려하는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법부(검찰)의 이례없는 강압수사는 분명 여론의 도마에 오를 뿐더러,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 같습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참여정부의 측근에 대한 사정수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결국 노 전대통령을 전방위로 압박하자, '봉하마을을 직접 겨냥하였을 뿐더러, 그 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진실은 가려져야 하고, 전직대통령이라도 죄가 있다면 마땅히 받아야하겠지만, '형평성'부분에 있어서 검찰의 수사는 이전의 '전직대통령 비리'때와는 사뭇 달랐다는 말이 많았죠. 아마도 지금쯤, 사법부 수장을 비롯해서, 많은 관계자들은 혹시나 모를 '역풍'에 '벌써부터 촉각을 세우고 있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정권 인수 후,
국가기록원 정보열람 사건부터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청와대와 여권 또한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이겠죠.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운운하며, 계속되는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지만,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믿기 힘듭니다.
국가 어르신의 서거를 두고, 정말 예측이라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습니다. 보잘 것 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너무나 큰 충격이기에 오랜만에 몇 자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훗날, 과연 후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면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함께 맞이하고 있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는군요.

조그만 땅덩어리에,
무슨 갈등이 그리도 많은지, 끊임없는 이념대립과 그로인한 불행의 연속.. 서로 감싸주려하기보다는 배척하기 급급한 우리내의 현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느정도 자성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저 씁쓸한 건
무슨 일제시대의 친일파 청산도 아닐 뿐더러, 민주주의 테두리에서 10여 년간 지속되던 정권이 이양된 것 뿐인데, '어떤 보이지않는 힘이 전직 국가원수를 자살로 까지 몰 수 밖에 없었을까'에 통탄할 따름입니다. 정쟁의 논란을 뒤로하고서라도, 분명 이번 일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렇게 된 이상 고인을 조용히 보내드리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한단계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조심스레 바라고자 합니다.

부디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운 바 그대로,
'짧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 찬란한 문명사회 개척과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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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뀐지 1년..
봉하마을은 여전히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봉하대군'
노건평씨의 넌센스한 권력형 비리를 들출 때만 해도, 참 어이없어 했죠. '순박한 농촌어르신을 왜 꼬득여서 이렇게 세상을 어지럽히느냐'는 게 저의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그저 정권이 바뀐 것에 대한 현 정부와 검찰의 사정수사일 뿐이라며, 거듭 참여정부의 '깨끗함'에 저 스스로 '빨간줄'을 긋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왜 자꾸 노무현 전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합니까?
측근들의 비리수사에 급물살을 탄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저 4,29 재보선 선거를 겨냥한 '물타기'에 포커스를 두려고 애썼습니다ㅜㅜ 민주당의 내부혼란을 야기시킨다거나, 전정권의 적절치 못한 행동을 드러내어, 국정운영의 심판을 들고나온 야당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술수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신정아 사건을 시작으로, 측근들의 줄소환 그리고 대통령 형님의 비리가 들춰질 때만 해도, 한 개인의 자잘못일 뿐이라 판단했습니다. 그 이상/이하도 아니며, 괜히 주변사람의 그릇된 언행으로 대통령의 이미지에 먹칠한다고 되레 원망했던 저입니다. 최측근에 이어 친인척 비리마져 혐의가 입증된 이상, 그 분의 '도덕성'은 이미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만큼 떨어졌지만, 그래도 '인간 노무현'에 대한 마지막 미련은 버릴 수 없었답니다.
▶[관련포스트]2007/11/02 대선정국의 블루칩

돌이켜 보니, 참 우매한 시민이었나 봅니다.
이런 뉴스가 흘러나올 때면, 와이프 또한 옆에서 꽤나 고소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저버리지 않은 저로서는 계속해서 참여정부의 '이상'에서 허우적 거리며, 좀처럼 빠져 나오기를 거부했죠. 설마가 사람잡는 다더니, 제가 딱 그런 격(?)인 것 같습니다ㅡㅡ

이른바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무현의 남자들이라고 칭해지는
'박연차, 강금원, 이광재, 정상문'등의 수사 과정에서도, 정치적 해석으로의 확대를 피하곤, 근근이 버텨왔습니다 . 기존의 정치판과는 너무나 다른 태동에 열렬히 환영 했었고, 임기내내 많은 정치적 실험을 실패로 맛보았지만, 한 방향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그 분의 '곧은 심지'만큼은 지금까지도 존경해 왔으니까요.
▶[관련포스트]2007/10/07 신정아, 과연 그녀는 잔다르크가 될 수 있을까?

오늘 그 분의 고백은 정말 떳떳치 못합니다!
가족 친지나 지인들, 심지어 장인어른까지도, '너 아직도 참여정부를 옹호하냐'고 묻는 와중에서도, 저는 '인간 노무현'을 참 좋아한다고 우회적으로 답하곤 했습니다. 이젠, 이러한 대꾸조차  떳떳히 말 할 용기가 안나는군요. 최소한 그 분이 걸어온 길과, 그간의 비춰진 모습 속에서, '청렴결백'이미지는 버릴 수 없었기에, 더더욱 자괴감이 앞섭니다. 언제나 부조리에 맞서 사회 정의에 앞장서왔던 그 분의 '캐릭터'만큼은 끝까지 지켜주기를 바랬기에, 실망감도 크겠죠.

아직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던들,
그 분 또한 역대 대통령의 퇴임 후의 씁쓸한 뒷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깨끗한 이미지의 이면에 숨은 속내가 드러났다며, 보수층에는 호재아닌 호재로 작용하겠죠. 그렇게 임기내내, 뻔뻔스럽게 권력형 비리와는 담을 쌓을 것처럼 행동하시더니, 측근들의 구속을 시작으로 이렇게 곪다 못해 시커멓게 밖으로 터져나온 것입니까?

이번에 어짜피 검찰을 통해 터져나올 것을 미리 판단하시곤 언론에 선수(?)친 것도, 그토록 딴나라당이 폄하해왔던 '정치적 꼼수'는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론은 이제 더이상, 그 분의 편이 못 되어 드릴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떳떳하게 수사를 받으십시오. 더이상, 정치 검찰의 음모라고 폄하하지 않으렵니다.  여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실 때, 자주 사용하시던 '맞장토론'을 하시든, 결백을 밝혀내는 길만이 명예로운 은퇴를 지켜줄 것입니다.(이미 재임시절, 검찰과의 TV대담 형식의 토론경험도 있으신만큼, 결백하시다면 입증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직접 밝히셨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동안 지지해 온 저의 신념은 이제 헌신짝 버리듯 내팽겨칠 수밖에 없게 된 것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질 때로 좁혀진 마당에, '고해성사'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혹시 발표시기를 저울질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더불어 '저의 집'(권양숙여사)이란 우회적인 표현을 쓰셨다고해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직접적 비리와 선을 그으신 것이라면, 이 또한 비겁한 행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실이 밝혀진 들, 제 마음에서는 이제 잊으렵니다.
퇴임 후, '봉화마을'에서 누리던 영화마져도 가식과 사치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노라고,  민주주의2.0을 통해 천명한 작은 정치적 모험도 이젠 대놓고 구설수에 오르내리겠죠.(물론, 이미 퇴임 후에도 민주주의 2.0을 통해 상왕정치를 한다며, 여론의 하마평에 많이 등장하긴 했습니다)

결과를 떠나 실망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아직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범법행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허나 단순히 빌린 돈(?)으로 혐의가 무마된다고 한들,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믿어왔던 여자친구에게 한순간에 배신을 느끼는 것마냥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혹자는, '니가 뭔데, 오버하냐'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점 부끄럼없는 떳떳한 모습으로, 다시 그 분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작은 바램이라면 바램입니다. 그래도 어떠한 용도건간에, 제게 있어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씁쓸한 여운은 계속 남아있게 될 것 같내요..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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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h0303.tistory.com BlogIcon black_H 2009.04.07 2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조금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투표는 최악중에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란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의 탁월한 선택이었으니까요...
    다만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지금처럼 될대로 되란식으로 똥을 뽑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09.04.08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포자기 하기엔 아직 이르죠. 하지만, 돈의 용처를 떠나, 어제 사건은 큰 실망 그 자체입니다. 모든 게 비주류에서 시작했던 그 분의 성공은 마이너에서 살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곤 했는데, 너무 안타깝기그지없습니다ㅡㅡ 이미 여론이 등진 상황에서, 앞으로 딴나라 세상은 계속 되지 않을까싶내요.

  3. 뱃살공주 2009.04.08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빽바지 오빠의 심경이 궁금해서 들어와봤는디.
    글이 올라와있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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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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