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
즐거운 Friday Night 8시,
그 남자는 착한 와이프와 함께 별 것도 아닌 일로 어쩌구~ 저쩌구 싸운다.

그리고는 좁디좁은 성격 탓에,
화를 삯히지 못하고 무작정 집을 나서게 되는데...

주연 : 그 남자(성격 찌질함)
조연 : 와이프(착하고 이쁨), 선배(더티함)



<집을 나선 뒤, 24시간의 행적>

그 남자.. 부부싸움 후, 속이 터질 것만 같은..

그래서 딱히 행선지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리닝만을 걸쳐입고 지갑과 핸드폰, 차키만을 챙긴 빈털털이 신세로 말이다.

조용한 차 안,
자존심만을 지켰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라디오를 켠다. 차키라도 안챙겼다면 큰일날 뻔 했다며 위로하는 처량한 남자는 할 일없이 그렇게 십여 분을 보낸다.

한 시간쯤 흐르고,
드뎌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핸드폰을 꺼내드는 그 남자..
'ㄱ, ㄴ, ㄷ, ㄹ, ㅁ...'순으로 되어있는 연락처들을 훑어가며 만만한 친구녀석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황금같은 금요일인지라 여러차례 딱지를 맞은 그 남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하며 불안감을 느끼던 순간, 마침 노총각 선배가 혼자 집에 있다기에 구세주라 생각하며, 그리로 향한다.

쇠주에 희노애락을 담으며..
때론 홀로히 포차에 들러 쇠주 잔을 기울이던 그 남자.. 오늘은 그래도 옆에 노총각 선배가 있어서인지 '와이프'를 안주삼으며 쓴 웃음과 함께 술을 마신다.

집에가서 자느니, 죽음을 달라!
핸드폰을 꺼 놓은 지 벌써 4시간 째, 사나이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며 개같지도 않은 속좁은 마음 하나로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딱히 답이 있으랴?
하는 수없이, 구린내 풀풀 풍기는 선배의 원룸에서 자기로 결정하고,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함께 길을 나선다.

딱딱한 방바닥에 달랑 배게 하나~
이렇게 비참한 잠자리를 한 적이 얼마만인가? 자취생활 할 때도 침대는 있었건만, 좁은 공간과 열악한 환경은 마치 훈련소를 연상시킨다.

차라리 차가 더 편하다!
계속된 신세한탄 속에, 자는 내내 잠을 뒤척이던 터나 개운치 못한 그 남자.. 결국 새벽 녘에 잠에서 깨어, 뻗친 머리로 선배 집에서 나온다. 차에서 또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젯 밤에 꺼두었던 핸드폰을 꺼내든다.  

아무 죄없는 핸드폰--
역시, 쿨~한 마나님한테는 아무런 기별도 없었으며, 그저 어젯 밤에 잠시 통화한 친구녀석의 조롱에 가까운 문자만 달랑 하나 왔을 뿐이다.

혼자 청승떨기를 삼십 여분..
과음으로 인한 속쓰림이 물 밀듯이 밀려온다. 간절한 해장국 생각에, 평소 애용하던 기사식당으로 향할 생각에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차 밧데리는 방전되었을 뿐이고~
시동을 거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차가 방전된 느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들 옆의 라이트 스위치를 확인하는 그 남자. 알고보니, 술기운에 밤새도록 라이트를 켜놓고 잠을 잔 것이었다ㅡ,.ㅡ

보험사를 부를 뿐이고~
결국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받고, 길을 나설 수 있었던 그 남자. 아침부터 되는 게 없다며 투덜거리더니, 부디 오늘 하루도 잘 버티게 해달라며 스스로를 다짐한다.

든든한 해장국에 전열을 가듬다^^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기사식당. 낼름 해장국을 한그릇 시키곤, 국물부터 들이킨다. 더불어, 기사식당의 고유반찬인 김치와 깍두기의 맛에 연신 감탄해하던 그 남자.. 오늘 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한끼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며 무한리필인 밥을 세 공기나 먹는다.

오늘은 어떻게?
그렇다. 배는 행복하게 채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냐하면 시간이 8시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남자는 최초의 전투가 벌어졌던, 집 근처의 헬스장으로 향한다.

세 시간을 떼웠다^^
가자마자, 어제부터 씻지 못한 탓에 샤워부터 상쾌하게 시작한다. 평소 안해보던 헬스기기들과 최대한의 여유를 가져가며 운동을 한다. 거의 걷다시피하며, 일부러 러닝머신의 속도를 최대한 낮게 잡고서는 TV 프로그램을 보던 그 남자. 재방송까지 채널별로 돌려보더니, 볼 게 없다며 결국 한 시간만에 러닝머신에서 내려 온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하다보니, 세 시간씩이나 떼울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며 헬스장을 나선다.

다음 행선지는 집 근처 도서관^^
평소 책을 멀리하던 그 남자. 왠일인지 오늘은 꼭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맘이 굴뚝같이 든다. 이유인즉슨, 공공도서관에 가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쾌적한 환경 덕에 맘이 가벼워진다. 시간이 많은 지라, 안 읽던 책도 이것저것 꺼내 보고, 조간지/석간지/경제지/스포츠지 가릴 것 없이 모든 신문을 탐독한다.

바닥난 현찰ㅜㅜ
점심을 대충 도서관 매점에서 떼우던 그 남자. 이것저것 분식도 시켜 먹고, 계란에 과자에 군것질도 참 많이 한다. 허나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지갑... 수중에 불과 몇 천원만이 있을 뿐이고~ 이것으로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을 지, 어리섞은 남자는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헉-- 주말에는 다섯 시가 폐관이란다.
마냥 행복했던 도서관에서의 일탈은 그렇게 끝났다. 생각보다 일찍 닫은 게 마냥 아쉬운 그 남자.. 결국 차를 끌고 또 다시 주변을 방황한다. 저녁이 되어서야, 후배와의 술약속이 잡혀있던 터라, 몇 시간은 결국 더 허비해야했기 때문이다.

400원짜리 피시방의 발견^^
시속 30km로 동네 주변을 배회하던 그 남자. '이게 왠 떡'이라며, 오픈기념으로 사용 요금이 한 시간에 400원짜리인 신규 피씨방을 발견하며 기뻐한다. 무엇보다, 단 돈 천원이면 2시간을 벌 수 있다는 치졸한 발상으로 지금 이렇게 피씨방에 있단다.

Right Now!
맞다.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온 찌질한 내가, 피씨방에서 할 일이 없어서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어제 부부싸움을 하고 나온 직후부터의 행적을 기록하는 쓸데없는 짓을 하는 이유는, 이 세상의 유부남들이 집을 나서봤자, 큰 소리만을 쳤을 뿐이지 마땅히 할 일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유부남들이여! 기를 펴랏!!!!!
내 주변에서도, 나처럼 부부싸움을 하고서는 차에서 시간을 떼우는 지인들이 대다수다. 나 또한, 총각시절에는 한심하게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며 애틋하게 바라보았는데, 결혼하고 나서 보니 나 또한 이렇게 되더라! 백번천번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들기도 하지만 일단 집을 벗어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한 차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기에 피치못했음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고는 결국 한 다는 게,
한 시간 반 째 피씨방에 앉아서 이렇게 블로거들에게 신세한탄하는 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약속시간, 난 곧 자리를 뜨겠지만 언제쯤 와이프와의 냉전이 끝날 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집을 점거한 그녀에게 난 백기투항을 할 것이고, 집나와서 지금 이 순간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난 심신이 지쳤다. 아마도 이 글을 마치고, 후배녀석과 한 잔하고 난 뒤에는 못 이긴 척 술기운을 빌어서 집으로 향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금, 이런 시절로 되돌아 갈 것이다^^PanTech | IM-U160L

다시금, 이런 시절로 되돌아 갈 것이다^^


※덧붙임
쪼잔함의 극을 달린다고 날 욕해라!
내가 봐도 참 못된 남자다. 허나 어제 상황이 그랬던만큼, 내가 착한 와이프에게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부분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 나도 오죽하면 이런 길을 택했으랴~ 부부가 살다보면, 다 싸우면서 돈독해지는 것이고, 잠시나마 냉각기라고 봐주면 좋겠다.

집나와서 개고생!!!
싸움의 원인은 그녀가 제공했단다. 나 또한 싸움의 내막을 별로 밝히지 않았지만, 명명백백히 그녀가 잘못한 것이며, 그 자리에서 목소리 높여가며 서로 감정 상하기 싫어서, 이렇게 집 나와서 개고생을 선택한 것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그녀에 대한 맘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뒤끝없는 우리의 성격 탓에 금방 풀리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집을 나온 것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인만큼, 앞으로는 이런 일로 포스팅하지 않을 것이다^^
2009/09/19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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