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
토요일 늦은 6시..
친구들과의 술약속이 있던 나는, 집을 나설 요량이었다. 뭐, 색다를 바없는 고향친구 녀석들과의 모임인지라, 하루종일 씻지도 않고 방에서 뒹굴다가 '비니'모자를 눌러쓴 채, 밖으로 나섰다.

언제나 그랬듯..
러쉬아워 시간이 아니면, 가급적 지상교통을 이용하는 나로서는, 그날도 종각행 시내간선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 편하게 가고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의 가당치않은 즐거움^^
한가한 버스 안에서, 창문 밖 풍경을 감상하던 나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게 되었다. 내가 버스를 탄 시점에서, 두정거장쯤 지났을 때였다.

아리따운 여성이
버스에 올라서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었다^^ 헌데 그녀가 그 많은 버스좌석 중에서도, 뜻밖에 내 옆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분명, 건너편 창문 쪽에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성이 앉아 있었으며, 우리의 뒷자리 또한, 텅빈 좌석들이 넘쳐 있었다.

난 승자가 되었다!
그렇다. 아주 시덥지않은 사건으로, 시건방을 떨고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뭐, 우연치않케 그럴 수도 있고, 내 맞은편 남자 녀석이 더 잘생겨서 부담없이 내 옆자리로 왔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허나, 난 새삼 그간에 억눌렀던 '혈기왕성한 청년'의 열정을 끄집어 내기에 충분한 기분이 들었다. 진심으로 사심을 배제한 채,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내 옆자리에 앉아준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곤 순간 '아차'싶었던 것이, 평상시처럼 씻고 나왔더라면 좀더 괜찮은 모습을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교차했다^^

버스를 타고가는 내내, 난 혼자 별의별 상상을 다했다.
'그녀가 날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긴 나도 대학생 시절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상형을 만나면 쪽지를 건네 곤 했었는데..', '그녀에게 말이라도 걸어볼까?', '혹시 내가 내릴 때, 그녀도 같이 내리면 내가 먼저 데시할까?'

'야, 너 품절남이라는 거 잊었어? 사랑스런 와이프가 보면 어쩔려구 그래?'
그렇다.. 사실, 그순간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난 이미 초절정 허무맹랑한 3류 소설의 주인공으로 빙의되어 있었고, 내 맘대로 상황파악을 끝낸 상태로, 잠시나마 '승자의 기쁨'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고백이라도 한 것처럼,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며, 그저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불쾌했을 뿐이다ㅡ,.ㅡ

그렇게 30여분의 시간..
그녀가 내 옆에 앉은 그 순간부터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난 20대의 좌충우돌 연애시절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물론, 짧은 순간의 환상이었고, 곧바로 우중충한 유부남과 쉰내나는 총각들이 우굴우굴대는 '악의 구렁텅이'에 합류하게 되었지만, 유쾌한 당시의 기억인지라, 이렇게 몇 자 남긴다.

#에피소드2
일요일 늦은 4시.. 와이프와 와이프 친구와 함께 찜질방엘 갔다. 난 원래 찜질을 좋아하는 지라, 자주 애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주말은 피하는 편이다. 더욱이, 혼자가서 '한증막에서 푹 삭히는 스탈'이기에 여럿이가는 것은 즐기지 않는다. 암튼 어제는 와이프와 할 일이 없던 터라, 급 찜질방 벙개를 도모하고는 무작정 동네 찜질방으로 향했다.

막에서 아리따운 여성들을 마주하다..
이른바, 막(한증막)은 동네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의 수다장소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와이프와 와이프 친구가 잠을 자는 사이, 난 수도없이 막을 들락날락 거리며, 동네아주머니들의 맛깔난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얘기인 즉슨,
'누구네 애가 학원을 옮겼더니 성적이 많이 올랐다', '이번에 어느 아파트 값이 올랐는데, 그럴 줄은 몰랐다', '자기네 이웃집 남편이 바람이 나서, 아주머니는 시골에 내려 갔다더라'등 쓰잘데기없는 잡담이었지만, 한증막 안에서 엿듣기에는 충분히 흥미있는 소잿거리였다^^

찜질방 옷이 땀에 흥건히 젖을 무렵,
막안으로, 아리따운 여성 2명이 들어왔다. 때마침, 옆자리의 찜질방 아줌마 군단이 나가버리고 그 여성들은 내 옆자리에 앉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 당시로서는, 그들이 남친이 있건 없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단지 내 옆자리에 앉아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난 또 다시 '도끼병'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내가 땀에 젖은 모습이 섹시해서 일까?'
거의 탈진에 가까운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일부러 그녀들이 보고있는 옆에서 더욱더 땀을 빼는 일에 몰두하며 자리를 지켰다. 솔직히, 안보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ㅡ,.ㅡ 그래도, 그녀들이 내 옆자리를 선택해 준 것이고, 난 그에대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뜨거운 한증막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막에서 나온 후,
난 입가에는 미소를 띄었지만, 몸은 완전히 망가진 채로, 아이스방에서 30여 분을 사경에서 헤맸다. 그리고는 일행과 합류하여, 아무렇지도 않은듯 집으로 오게 되었다.

이 두가지의 에피소드에서 보듯..
품절남이 된지 어언 4년 차이지만, 내게도 아직 젊은 날의 연애시절에 못지않은 '숨은 열정'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결혼 후, 자꾸 감추려하고 일부러 내색을 안했기에, '더 이상, 내겐 그런 감정이 없다'라고 치부했을 뿐이었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아직 총각이냐'라는 말을 듣게 되면 흐뭇한 미소가 번지듯, 난 앞으로도 품절남이기 전에, 세상의 한 남성으로 인정받고 싶어할 지 모른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왜이리 내가 조심스러운지는 몰라도, 암튼 바른 생각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 머릿 속의 한 순간의 생각이라 단언 치는 않겠다. 아마도, 이성에 의해 짓눌려진 동물적 본능과도 같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10/01/25

이는 전에 읽었던,
<위험한 열정-사랑을 움직이는 질투의 심리학>이라는 책의 내용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다.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리뷰와 함께 읽어 보시길 권한다^^

2007/02/24 - [리뷰(도서&방송&공연&세미나&기타)] - X와 Y가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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