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처갓댁에 일이 있어 도와주러 갔던 나는,

몇 달 전부터 호시탐탐 노리던 처남의 스냅백 모자를 결국 손에 넣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이 모자를 쓰면 분명 20대처럼 보일 거라는 환상과 함께, 집에서 거울을 보고 흐뭇해 했었다.

 

그리곤 어제 저녁 젊음의 거리인 강남역 부근 송년회에서

지난 주, 와이프가 사준 새 점퍼와 청바지에 농구화, 그리고 스냅백 모자를 삐딱하게 코디하고 나갔다.

 

강남역 11번 출구를 나오면서,

왠지 나만 튀는 것 같은 주눅이 들어 주변 시선을 살피며 갔다. 이내 약속 장소에 다다르자, 모자를 벗고 들어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무모한 모험을 감행키로 했다.

 

처음엔, '얘 뭐야'라는 의외의 시선을 보내왔지만, 

나름 잘어울린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이끌며 난 자뻑의 기쁨에 흠뻑 도취되었다. 흔해 빠진 스냅백 모자로 코디한 게 별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그리 쉽게 범접 할 아이템은 아니었다. 비록 처남에게 빼앗은 평범한 모자라 할지라도, 내 나름대로, '난 아직 20대의 DNA가 살아있는 멋진 직딩'이라는 자기 과시의 측면에서 동기부여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제 하루,

자칫 패션 테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내 나름대로는 성과가 있었다. 덕분에, 집에 오는 내내 모자의 각도를 이리저리 달리해 보며 흐뭇한 하루를 보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내가 직접 나서서 사기엔 아깝고, 매일 입고 다니기엔 남사스럽고, 그냥 한번 쯤은 '나도 젊다'라고 티내고 싶을 때 유용했던 아이템들(똥싼바지, 찢어진 청바지, 빈티지 티셔츠, MLB 모자, 스포츠 양말)을 난 그렇게 지난 7년에 걸쳐 처남으로부터 뺏 어왔었던 것이었다. 심지어는 의도치 않게, 처갓댁에서 자고 오는 날엔, 그의 팬티마져도 서서히 내 것이 되어 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덩치가 비슷했던 처남이 점점 살이 찌면서 못입게 된 옷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게 물려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물론 나도 처남이 울집에 오믄 내 옷을 주거나 한다! 암튼, 우린 서로의 옷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고 그가 안입는 옷가지들이나, 싫증나서 방치한 액세서리(모자, 시계 등) 등은 은연 중에 내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만 좀 뺐어라!

울 와이프는 착한 처남한테 사주지는 못할 망정, 왜 맨날 처가에 갈 때마다 하나씩 챙겨오느냐며 핀잔을 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그가 줬고, 분명 안입고 버릴 아이템이었다'라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솔직히 갈취나 다름없던 건 사실이다.

최근에는 으레 그의 방에 들어가 신규 아이템이 뭐가 있나 살펴보게 된다. 그리곤 슬쩍  입어본 후, 나와 어울린다 싶으믄 내가 대뜸 달라고 한다^^

 

가끔.. 아주 가끔.. 

용돈도 쥐어 주고, 맛난 것도 사주고, 갈취해 온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새 옷도 사주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분명한 건, 착한 처남으루 인하여~ 내가 얻은 정신적/물질적 가치가 훨씬 많다.

 

그래서, 난 처남이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난 진짜 못된 매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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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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