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위 중소지방 출신의 촌놈이다^^
으레 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에, 초등/중등/고등까지의 모두 동창인 경우도 적지않다. 나름 변화가 좀처럼 쉽지않은 폐쇄적인 공간인 만큼, 우리는 우리만의 시골문화(?)를 향유하며 살아온 것이 어쩌면 사실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한 14~5년 전)
내가 살던 고장에 롯데리아라는 페스트푸트점이 생겼을 때의 풍경이 잊혀지질 않는다. 온 동네의 청소년들은 그 무언가..우리 고장에 인기 페스트푸드점이 들어왔다는 '문화적 쇼크' 속에, 모든 만남의 장소로서, 그 곳을 드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내가 서울사람이 된 냥,
TV에서만 보던 유명 페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내고장에서 맛본다는 게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서부터 난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서울말투를 따라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한편으론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지금껏 지내왔다. 덕분에, 서울에서 고향친구녀석들과 향우회를 하거나 동창회를 할 때면, 함께 대학로에 모여 고등학교 교가를 부르며 의기양양했던 팔불출의 시절도 있었던 것으로 회상한다^^


타지에서 살아 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이제는 고향에 대한 한 켠의 그리움은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고, 당시의 친구 녀석들도 명절이나 친구들의 대소사를 제외하곤 좀처럼 보기가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한창 결혼 할 나이인지라, 부쩍 고향친구들의 결혼 소식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나 일찌감치 서울에 터를 잡은 녀석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만사를 제쳐두고,
먼 길을 왔다갔다했던 게 사실이다^^ 허나 나 또한, 결혼을 하고 직딩이 된 이후로는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천성이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술마시는 것을 즐기는 지라, 난 여태까지 그래왔고, 당연한듯이 참석해 왔었다. 더욱이, 결혼 후에는 친구녀석들의 제수씨들과의 교류를 돕기위해 기꺼이(?) 와이프도 가급적 먼 길을 함께 오곤 했다.


대체 왜 당신네 친구들은 모두 피로연을 해?
어느 순간부터, 와이프가 내게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다. '결혼식 비용보다, 친구들 피로연으로 나가는 비용이 더 많겠다!'며 핀잔을 주는 것도 다반사다. 으레 속초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피로연을 즐기던 나로서는 새삼 불쾌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그날 결혼 한 신혼부부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결혼식이 끝나면, 차 트렁크에 태워서 시내 한바퀴를 돌거나,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현수막을 신랑/신부가 들고 동네사람들과 자축하는 세레모니(?)를 한다. 혹여나, 우리는 안해보았지만, 종종 시내에서 포크레인에 매달려 가는 불쌍한 '신랑'을 본 적도 있단다.

덕분에, 첫날 밤(?)은 포기한 채로,
친구들의 짓굳은 장난을 대비하여 '와이프가 임신 중'이라면서 사전엄포를 하며, 봐달라는 친구녀석들도 많이 봐왔다. 이러한 통과의례가 끝나면 1차는 친구네 횟집, 2차는 선배네 호프집, 3차는 친구 아버님네 단란주점과 같은 식으로 매번 일정한 코스의 피로연을 즐기며 하루를 몽땅 보낸다.

친구 피로연 중에 찰칵^^

친구녀석 피로연 중에 찰칵^^


처음 몇 번은 신기하게 지켜보며 함께 즐기던 와이프가
재차 속초만 오면 끝이날 줄 모르는 피로연 문화에 지쳤는지, 이제 속초에서 결혼식만 있다고 하면, '혼자 다녀오라는 둥' , '너희 동네 피로연 문화는 연구대상이라는 둥'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함께 가기를 꺼리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껏 서울에서 결혼식을 많이 참석해보았지만,
피로연이 정례화되어있거나 무슨 결혼식 끝나고 초장부터 달리는 피로연 문화는 못 보았던 것 같다. 그저, 식장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모든 하객이 축복해주는 자리에서 피로연을 한다거나 아니면 친구들끼리 간단하게 맥주 한 잔하거나, 특별한 경우에 펜션을 빌려서 노는 경우는 봤어도, 아주 작정하고 그날 하루를 모두 헌신해야만 하는 피로연 문화는 좀 처럼 받아들이기가 쉽지않단다.

내가 생각해봐도,
그리 좋은 문화도 아니요. 옹호코자 하는 맘도 없다. 어쩌면 비뚤어진 졸업식의 한 장면과 같이, 이는 어쩌면 근절되어져야 함이 마땅할 지도 모른다. 무슨, 쌍팔 년도 얘기도 아니고, 이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냐며 거북스러워할 분도 분명 있으실 거다.

허나,
가학적인 부분은 차췌하고서라도, 오랜 친구들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경사스러운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간만에 고향에 와서, 친구의 결혼식도 축하하고 함께 즐기는 술자리이고, 신랑/신부가 스스로 주체가되어 이러한 자리를 만들고 즐기며, 서로의 회포를 푸는 것까지는 뭐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도를 넘는 장난이나 밤새도록 함께 즐긴다는 것, 그리고 죄없는 신혼부부를 하루종일 잡아둔다는 만으로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특별한 문화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며, 언젠가는 이러한 것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실수가 없었다고해서 모든 이에게 정당화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양해를 바라며 몇 자 남기는 것은 무조건 비판적인 시각으로 피로연을 바라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와이프처럼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기 힘든 분들이 대다수라고 사료되기에 말이다^^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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