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남역 근처에서 놀았습니다. 때는 10시쯤이용~ 마침 하늘에서 흰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기분좋게 1차, 2차까지 놀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만 못 볼 광경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강남역 7번 출구를 아시나요?
많은 인파들로 항상 붐비고, 강남역에서 으레 약속이 있으면 만나는 그곳..

바로, 그 7번 출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뒤로한 채, '한 남성''한 여성'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치 흰눈이 내리는 날 프로포즈를 하는 자세였습니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날 와이프가 준비한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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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저희 일행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고, 저 또한 유심히 곁눈질을 해가며 상황을 살폈습니다. 헌데 두사람의 표정을 보아하니, 흰눈이 내리는 날 프로포즈같지는 않더군요. 아마도 서로 다퉜거나, 남성이 여성에게 큰 잘못을 해 용서를 구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던 간에, 너무나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감수하고, 강남 한복판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보여준 그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옆에서 친구 녀석이 '쪽팔리다'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제겐 결혼하고 나서 매말랐던 '사랑의 힘'을 다시금 생각케 해주는 광경이었습니다.

나도 한땐 그랬는데..
불과 몇시간 전의 술자리에서, '넌 결혼해서 뭐가 좋으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냥 결혼했다는 의무감에 '하나보단 둘이좋다'는 식으로 얼버무린 저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와이프에게 상당히 미안해지더군요. '결혼해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자'는 게, 소박한 꿈이기도 했는데, 제 스스로가 사랑의 감정에 있어서, 너무 안이하게 대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지하철을 타고가는 내내, 연애 때나 많이 하던 '닭살을 가득담은 문자'를 연신 날렸습니다. (물론, 답장이 오진 않았습니다^^) 그리곤 집근처 빵집에서, 깜짝파티를 열어주고자 '치즈케잌''샴페인'을 사들고 기분좋게 그녀에게 향했습니다.

왜 이딴 걸 사와ㅡ,.ㅡ
역시나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초인종을 누르고, 그녀에게 손에 든 케익과 샴페인을 건네주었는데, 시큰둥했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이런 거 먹으면 살찐다는 둥, 돈 아깝께 왜 사왔냐는 둥, 정말 나름 분위기를 띄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결국 케잌과 샴페인은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예상했고, 그냥 '남편이 나를 위해 애쓰고 있구나' 정도만 대꾸해줘도 좋으련만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었죠. 문자에 대해서도 일부러 제가 왜 답장이 없냐고 묻자, 그제서야 '니 맘은 알겠고, 귀찮아서 답장안했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한 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곤 회사에서 피곤했는지, 잠이 든 그녀였죠^^

뭐, 다 좋습니다^^
근데 약간 서글프기도 하더라구요. 나도 참 많이 변했지만, 그녀도 변한 것 같아서, 괜시리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 꼭 표현해야 맛은 아니지만, 마치 웃음의 '엔돌핀'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남편의 기껏 준비한 애정어린 감정표현을!!
어린아이 응석부리는 것처럼 대하며  잠이든 그녀에게 그래서 조금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줏대없이(?) 금방 풀렸죠. 가끔 저도 놀라는데요. 암턴 연애랑은 확연히 다른 그런 유대감이 있습니다. 뭐랄까?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오는 '부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이상야릇한 힘이죠^^

이렇게 저의 어리석은 행동은 한낮 부질없는 사태로 끝났지만, 그녀의 맘 한구석에는 '저'에 대한 고마움이 있을거라고 믿으며 잠을 청했습니다. 왜냐구요? 우린 부부니까요 ^___________^
2009/09/20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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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czeduspa.tistory.com BlogIcon 돌뿌딩이 2009.02.20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 가는 내용입니다.ㅎㅎ


<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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