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먹고 싶어~!'
퇴근하고 회사 앞으로 찾아 온 와이프가 점심을 샌드위치로 떼웠다며, 보자마자 앙탈이다^^ 결혼 후 부쩍 살이 늘어난 그녀에게, 저녁때 튀긴 음식은 자제하자고 몇 번을 달랬다.

비빔밥? 낚지볶음? 추어탕?
충정로 근처에 위치한 맛집을 일일히 거명하며, 왠만하면 칼로리가 낮은 메뉴를 택하게끔 유도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와이프가 간만에 먹고싶다는 돈까스를 최종 메뉴로 결정하곤 서대문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선배한테도 돈까스 맛집을 물어보았건만, 잘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다.

평소 돈까스를 좋아했지만,
회사 주변에서 먹어본 적은 없다. 그저,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왕돈까스로 유명한 남산주변이나 삼청동 고개 넘어에 위치한 성북동을 자주 찾았을 뿐이다. 물론, 연애시절에는 시청 옆에 위치한 샤보텐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다.

'쿠이'레스토랑의 외관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13sec | F/3.5 | 0.00 EV | 5.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0:08:23 18:56:09

'쿠이'레스토랑의 외관

핸드폰을 꺼내들고,
와이프가 여기저기 검색을 하더니, 광화문 방향의 '쿠이'라는 레스토랑을 찾아냈다.광화문 지리에 훤한 나로서는 경찰박물관 뒤에 위치한 '수제 돈까스 맛집'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맛집 검증을 중요시 하는 나로서는 약간 의심이 들어서, 샤보텐을 가고 싶었지만, 포스팅 속 레스토랑 배경이 멋지다며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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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레스토랑의 착한 돈까스
그렇다. 저녁 무렵이라 그런지, 조명에 비친 레스토랑 '쿠이'는 아담하고 조용했다. 어떤 특별함이 묻어 나온다기 보다는 그저 평범해 보였다.

각자의 메뉴와 함께 맥주 한 잔씩을 주문한 우리 부부는 창가에 앉아서 주변의 전경을 감상하거나, 레스토랑 내부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겼다.

분위기있는 레스토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아기자기한 삽화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니, 레스토랑의 분위기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4대강 삽질반대'와 관련한 문구가 적힌 액자였던 것이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주인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나름,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는 분이구나'라는 뿌듯한 생각에 자꾸 주방쪽을 곁눈질하던 터였다.

돈까스만 잘 튀기면 될 것이지^^ 
처음엔 이런 편견으로 삽화의 진위성을 떠나서, 그닥 탐탁치 아니하였다. 나 또한, 내용에는 찬성하면서도, 왜 이런 곳에 이쁜 액자가 아닌, 저런 삽화가 걸려 있을까싶었다. 마침, 카메라를 핑계로, 주방에서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준비하고 계신 주인장을 잠시 인터뷰할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들고 계신 주인장님^^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Creative program (biased toward depth of field) | Pattern | 1/8sec | F/3.5 | 0.00 EV | 5.2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0:08:23 19:01:26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들고 계신 주인장님^^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밝힌 이유가 있으신지요?
맛집을 찾아왔다는 손님의 취재에 응한 주인장에게 던진 첫 질문에 대해, 그는 당황하는 기색없이 몇마디를 건네주었다. 자신의 소신이 담긴 것 뿐이라며, 더 이상의 의미부여를 삼가해 달라며 웃으신다.

다만, 정치적 성향이 다른 나머지,
'4대강 반대'의 메시지에 거부감을 보이는 손님이 있어서, 삽화를 떼어낼 지 고민 중이라는 말씀도 곁들어 주셨다. 내가 이 레스토랑이 주인이었다고 한들, 영업에 도움이 안될 것이 자명한 이념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도구는 절대 갖다두지도 않았을 거라는 비겁한 생각을 했다. 그러했기에, 그 분이 좀 더 멋있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소신덕분인지,
주인장이 만든 음식에도, 나름대로의 신뢰가 가게 되었다. 물론 음식 맛 또한, 여느 돈까스 맛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나 토마토 소스와 곁들인 돈까스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수제 치킨까스를 맛 보던
와이프도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나, 조만간 광화문으로 회사가 이전을 하게 되는데, 회사동료와 함께 이곳을 자주 오겠단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간만에 조촐한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다. 남은 소스까지 깔끔하게 비워주고는, 배가 부른 나머지, 본능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흐뭇해할 뿐이었다^^
깔끔하게 비운 돈까스 그릇과 소스^^OLYMPUS IMAGING CORP. | SP600UZ | Normal program | Pattern | 1/6sec | F/3.5 | 0.00 EV | 5.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10:08:23 19:36:01

깔끔하게 비운 돈까스 그릇과 소스^^

분위기도 굿~ 맛도 굿~
내 맞은 편에 위치한 삽화를 보면서 무언가 서로의 생각이 통한다는 만족감이 더했던 것 같다. 모처럼의 만찬은 맥주잔을 비우면서 끝이 났지만, 당시의 여운은 계속 되었다.

와이프 덕에,
의외의 장소에서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게 된 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광화문 한복판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삽화 하나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청문회 이슈보다도 가슴 뜨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곰곰히 되씹어 생각해 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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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 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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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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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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