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와이프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생활하는 직딩입니다. 정말 옆에서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혹독한 비지니스 트레이닝을 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의 R&R분배의 구조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입사 후 지금껏 개인의 일상을 포기해야 할 수 밖에 없는 딱한 현실에 처한 와이프를 보노라면, 그저 제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탓이려니 생각할 따름입니다.

못난 남편을 만난 덕분에
학교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던 순진한 그녀는 과감히 생활 전선에 뛰어 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곧 죽어도, 정직한 품성과 더불어, 자신의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그녀였기에, 시장에 내다팔아도 상품성(?)이 있다고 느꼈었습죠^^ 더욱이, 어느정도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감안하더라도 열심히 하리란 건 짐작했습니다.

저처럼,
가끔 농땡이도 치고, 적당히 일 할 때도 있으면서 여가를 즐기는 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일에 몰두하는 그녀가 가끔 원망스러울 때가 있답니다. '적당히'라는 말 조차, 용납이 안 될 정도로, 혼자서 일과 씨름하는 스타일인데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도움조차 구하지 못하는 아주 정직한 캐릭터죠^^

대다수의 팀원이 일찍 퇴근하는 상황 속에서도,
근 몇달을 계속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을 하고 있는 그녀.. 조금 과장을 덧붙이자면, 주말마져 포기한 채, 특근이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하도 안쓰러워서, 제가 일부러 회사까지 찾아가 퇴근을 강제로 종용하여, 일찍 쉬게끔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곤 합니다. 그렇게 집에 오면, 씻자마자 자기 바쁩니다. TV스크린에 잠시 눈을 떼, 옆에서 곤히 잠든 그녀를 보노라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이거 내가 정말 몹쓸 짓을 시킨 건 아닌가'하며, 자괴감마져 들 따름입니다ㅡ,.ㅡ
주말엔 그녀 회사로 출근을 하며..
어느정도 일을 줄여 줄 요량으로, 각종 페이퍼 웤이나 단순 서류 작업 등을 도와주기 위해, 몇 주 전부터는 그녀의 회사에 함께 출근해서 일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정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일쯤은 회사에서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단순 노무 업무부터 회의 준비, 발표 자료 준비, 서류 작업 등 모든 업무에 있어서, 혼자 끙끙대고 있는 그녀의 근무 환경에 혀를 내둘렀습니다ㅠㅠ

흑기사를 자처하며, 저라도
그녀의 회사 공식 채널을 통해, 이러한 업무 분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남의 회삿일에 '감 내놔라 배 내놔라' 할 수 도 없는 처지이기에, 그저 앞으로는 나아지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죠.

그녀 또한
'그럴 꺼면, 도와주지 말라'며, 저의 이의 제기를 반기지 않는 모습이기에, 적당히 화를 삼키며 복사기 옆에서 스템플러를 찍어댈 뿐이었습니다. 그저 그녀가 하소연을 하면, 함께 말동무처럼 들어주거나, 주말에 잡무라도 도와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일 뿐이죠.

그리곤 오늘..
그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해외출장을 가벼렸습니다. 매달 출장을 가는 그녀이기에,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어젯 밤에도 새벽 1시까지 일하는 것을, 간신히 뜯어 말려서, 두어 시간을 재우려고 실갱이를 하다보니, 정말 화가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어찌나 화가 나던지..
평범한 가정의 일상은 어느정도 감내한다 치더라도, 저 또한 직딩 경력 6년차인데,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편협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잘 참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뭣 땜시, 새내기 직딩 2년 차인 그녀가 모든 짐을 지어야 한단 말인가!
이게, 바로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핵심아닌 핵심이라고 사료됩니다. 팀내 대리/과장도 있을 뿐더러, 엄연히 한 팀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아무리 이해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A to Z'까지 모든 실무를 막내가 담당해야 하는 것인지, 참 새삼스럽더군요. 팀내 리더 또한, 그녀가 제일 바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 사람에게 집중 되는 업무량을 어떻게 그냥 방관할 수 밖에 없는지 정말 답답할 노릇입니다.

제 바램이 사치일까요?
토요일에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 밥을 함께 먹자는 차원의 소소한 일상을 꿈꾸는 것도 아닙니다. 가사노동을 분배하자는 그런 시위 또한 아닙니다. 누군가 바쁘면, 바쁘지 않은 사람이 해당 사항을 이해해주면 되지만, 요즘은 정말 거의 저 또한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따름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의식주마져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그녀의 딱한 사정에 대해, 너무나 화가날 뿐이죠. 이건 뭐, 자취생 한 명을 집에 키우는 것처럼, 집에 와선 잠만 자고 피곤에 쪄든 채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지칩니다.

오죽하면,
'회사 그만두고, 좀 쉬라'는 게 저의 위로아닌 위로가 되어 버렸죠. 혼자 일찍 집에 가도 별로 흥이나지 않는 요즘, 예정에 없던 술약속까지 잡으면서 까지, 그녀와 퇴근 시간을 맞추거나 비슷한 시간 대에 집에 들어가곤 합니다^^

내가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야..
그나마 가끔 얼굴을 마주할 여유라도 있으면, 그간의 그녀가 쌓였던 스트레스의 화살은 제가 다 맞습니다. 마치 총알밭이를 나가는 전장의 장수처럼, 그런 날은 돌부처가 되어 그녀의 온갖 짜증을 다 받아주죠^^ 뭐, 하나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그건 아주 딱 걸린 셈입니다ㅎㅎ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한가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칠 데로 지친, 그녀를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따스한 말 한마디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새벽 녘에 공항버스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면서, 그녀에게 딱 한마디 했습니다. '출장가서는 그나마, 회사 업무환경에서 벗어나, 푹 자고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건넸습죠. 그냥 웃고 타지만, 그녀 역시 저의 배려에 대해 고마워 했으리라 지레 짐작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이런 생활 패턴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주된 것이었습니다. 조만간 와이프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좋은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아무쪼록,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 또 다음달 출장까지 정신없이 바쁠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뭔가, 혜안을 찾아서 가정의 평화를 되찾아야 겠죠^^  2010/07/05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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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7.05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ㅎㅎ
    재밌게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2.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10.07.05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네, 들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3. 행정병 2010.07.10 0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어의 마술사님의 글속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군요.
    글 잘읽고 갑니다. 홧팅

  4. Favicon of http://behappyterote.tistory.com BlogIcon 테로테 2010.08.19 15: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내 분을 위해서 주말만이라도 집안일 충분히 도와주세요
    저도 주말에 출근할때가 많아요.. 물론 남편은 집에서 쉬지요..
    토요일에 일마치고 들어왔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일 손도 까딱안하고 방치하는 남편보면 울화통이 치밉니다.
    어떨때는 더 안어질러논게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지요..

    아내분이 집에 돌아와서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충분히 쉴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언젠가는 아내분도 그 마음 알고 보답할껍니다.

  5. Favicon of http://ecolige.com BlogIcon 언어의 마술사 2010.08.20 1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그럼요.. 저도 남편된 입장에서, 테로테님의 조언은 잘 받들겠습니다^^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맘대로 스토리텔링하는 공간>블로그 이름이 시니컬하죠^^ 왜 젓깔이냐 굽쇼? 비린내나는 젓깔이 내포하는 풍자적 뉘앙스(조까)를 토대로, 1人 대안세력으로서 사회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젓깔닷컴이 푹~삭힌 진득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실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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