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스포츠라고 하면 스키와 스노우보드죠.
근데 저는 와이프를 만나기 전까지는 겨울 스포츠랑은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저 추운 겨울엔 뜨끈한 오뎅국물에 쇠주한잔하는 게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줬다고나 할까요^^)

접할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닌데.
변명을 하자면, 제 고향이 속초인데, 인근에는 알프스 스키장(지금은 폐장되었음)이 있고 대관령쪽으로 내려가면 용평스키장도 있죠. 특히 알프스의 경우 지역주민 할인이 적용되었기에, 많은 친구들이 어려서부터 스키장엘 갔고 곧잘 타곤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에,
이 쪽은 일치감치 동계 스포츠가 발전했고, 스키를 밥먹고 타고 다니던(학교통학할 때도 스키를 타고 다녔다는 설이 있음) 스키부 친구들 덕택에 국가대표급 선수 또한 많이 배출하였답니다. 이제 남은 것은 2번 실패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일입니다^^

눈썰매만 잘 타는 아이
얼마 전에 영동지방의 폭설과 같이, 1년에 한, 두번쯤은 눈이 1M 이상 쌓이곤 합니다. 그땐 학교도 안가고, 친구들과 비료 푸대나 비닐을 들고 나와서 동네언덕에서 눈썰매를 타고 놀았습니다. 가끔 주체없이 눈이 올 때면 동굴도 팠구요. 모든 게 고립될 때면, 너무나 적막한 나머지, 어린 마음에 갑갑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추위도 안타고,
눈하고도 친근한 저인데, 이상하게 스키장하고는 인연이 없었내요. 와이프와 연애하기 전인 이십대 후반까지도 안갔으니 말이죠. 대학다닐 때, 학교 교양강좌나 친구들과 갈 기회도 많았는데, 이상하게시리 . '스키는 돈도 많이 들고, 장비도 비싸다며 부르주아 스포츠'라는등, 어설픈 논리로 일관하며 매년 스키장가자고 하면 피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남들 다 잘타는데, 혼자  뻘쭘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이 사실입니다^^

근데 저랑 같이 살고있는 여자는 취미가 정반대입니다^^
그녀는 모든 운동은 싫어하는 반면에, 겨울에는 시즌권을 끊고 스노우보드를 즐기는 열성적인 보드광입니다-- 이미 가을만 접어들면 창고에 있던 보드와 장비를 꺼내놓고, 스키장 갈 생각에 설레발을 치는 분이시죠^^

올해에도,
이미 가을부터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장비를 사야 싸다며, 고글과 보드복 상,하의를 새로 장만하셨습니다. 덕분에 스키꽝인 저도 전국 스키장의 장/단점을 비롯해, 데크와 바인딩이 뭔지 구분을 하고, 버튼/살로몬과 같은 브랜드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PanTech | IM-U160L
'남들은 남친이 손 붙잡고 가르쳐 준다는 데, 넌 그동안 뭐했냐'


그녀와 처음으로 스키장을 찾았을 때입니다. 와이프와 연애할 때, 간곡한 청(?)에 못이겨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간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와이프한테 스키장에 2,3번은 갔었다고 거짓말을 했었거든요-- 아무쪼록 스키장의 첫경험은 망신 그 자체였고, 결국 그녀의 손에 붙잡혀 '낙엽'부터 배우게 되었습죠--

이런 분과 함께 살다보니, 겨울만 되면 은근히 불안해 집니다. 더욱이 올해는 제 보드와 장비 또한 친구한테 구해와서, 빠져나갈 구멍도 안주었답니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
그렇게 저의 보드인생은 30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오기가 생겨서인지, 올해는 저 또한 피하지 않았습니다. 와이프가 사준 장비로, 올핸 스키장엘 꽤나 갔구요. 이제 나름 턴도 하고, 속도도 즐기며, 와이프와 같은 코스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합니다.


이제는 와이프 앞에서 쪽팔리지 않을 정도다보니, 심적으로 안정되고 탈만 합디다. '왜 그간 내가 막연한 두려움에 앞서서, 보드를 피했나'하는 생각도 들구요. 나랑은 인연이 없다던 보드를 배우게 되어, 그저 와이프에게 이젠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데 요즘 한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와이프가 요즘 보드와 관련한 무언가를 또 사려고 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것도 차 지붕위에 달고 다니는 '캐리어'를 구매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한, 두푼도 아니고, 겨울 한 철인데 지금처럼 차 뒷좌석에 싣고 다니면 되지않냐'고 버티고 있지만, 와이프의 명쾌한 말을 듣다보니, 그저 혀가 찰 뿐입니다ㅠㅠ

'내년에 혹시 모를 새식구가 생기면,
더이상 뒷 좌석에 싣고 다닐 수 없자너. 그러니 올해 미리 장만하자^^'

아마도 다음 번엔,
캐리어를 설치하고 스키장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은색 아반떼 지붕 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캐리어를 달고 다니는 차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이 저희 차가 아닐까 싶내요^^
Posted by 언어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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